가업승계를 준비해 온 사업주라면 최근 세무 상담이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2026년 8월 3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가업상속공제의 핵심 요건인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올리겠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젠가 준비하면 된다"고 미뤄온 계획은 이 개정안 앞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영기간이 20~30년 사이인 사업주는 상속과 사전증여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부담이 크게 갈리고, 30년을 채우지 못할 경영기간이라면 지금부터 사후관리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경영기간 요건은 10년에서 30년으로, 상속인 종사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사후관리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납니다. 경영 20~29년차 사업주는 상속보다 경영기간 요건이 20년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가 유리한 분기점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경영기간 요건, 대표 재직 기간을 어떻게 계산하나
가업상속공제의 경영기간은 피상속인이 해당 가업의 대표이사(개인사업자는 대표자)로 실제 재직한 기간을 더해서 계산한다. 창업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조부가 창업한 회사를 부친이 물려받아 대표로 27년을 재직했다면, 그 27년이 경영기간이 된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지점은 재직 기간의 연속성이다. 대표이사 자리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취임한 이력이 있는 사업주는 그 공백 기간이 경영기간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 실제 경영권을 행사한 기간만 인정받는 것이 원칙이고,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대표를 바꿔 놓고 실질적으로는 본인이 경영을 이어간 기간을 나중에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세무조사에서 가장 먼저 걸러지는 사례에 속한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가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대표이사로 22년째 재직 중이고, 상속인인 자녀는 5년째 경영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현행 기준으로는 경영기간 10년, 종사기간 2년 요건을 이미 충족해 공제한도 400억원 구간에 들어간다. 그런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이 22년은 30년에 8년이 모자란 상태로 바뀐다.
현행과 개정안, 숫자로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숫자로 보면 강화 폭이 뚜렷하다. 아래는 2026년 현재 시행 중인 요건과 2026년 8월 발표된 개정안을 나란히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현행 (~2027.6.30) | 개정안 (2027.7.1~ 예정) |
|---|---|---|
| 피상속인 경영기간 | 10년 이상 | 30년 이상 (20~30년은 부족분만큼 사후관리 연장) |
| 상속인 종사기간 | 2년 이상 | 5년 이상 |
| 사후관리기간 | 5년 | 10년 (부족 경영기간만큼 추가) |
| 공제한도 | 최대 600억원 (10년↑300억·20년↑400억·30년↑600억) | 최대 1,000억원 (경영연수×20억원, 30년 600억·35년 700억·40년 800억·50년이상 1,000억) |
| 가업승계 증여특례 경영기간 | 10년 이상 | 20년 이상 |
| 대상 업종 | 시행령 열거 업종 | 법률에 세세분류 727개 업종 직접 규정, 심사위원회 심사 |
공제한도는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해 산정하되 최대 1,000억원을 넘지 않는 구조로 바뀐다. 다만 경영기간이 20~30년인 구간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공제한도를 산정할지는 하위 법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사업주는 시행령 발표 이후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경영 20~30년 사업주, 상속과 사전증여 중 언제가 유리한가
경영기간이 20년을 넘겼지만 30년에는 못 미치는 사업주라면 상속보다 사전증여를 먼저 검토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경영기간 요건이 10년에서 20년으로만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 경영기간 요건(30년)과 증여특례 경영기간 요건(20년) 사이에는 10년의 간격이 생기고, 이 간격에 놓인 경영 20~29년차 대표에게는 실질적인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첫째, 경영기간부터 정확히 센다. 앞서 든 22년차 대표의 사례라면 상속으로 물려줄 경우 30년에 8년이 모자라 사후관리기간이 기본 10년에 8년이 더해진 18년으로 늘어난다. 상속인이 상속 시점에 35세라면 53세까지 회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지금 지분을 증여하면 20년 요건은 이미 채운 상태이므로 증여세 과세특례를 즉시 적용받을 수 있다.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 120억원까지는 10%, 초과분은 20% 세율이 적용되고, 한도는 경영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이다. 다만 이 특례로 넘긴 주식은 훗날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재산에 합산해 정산하며, 그 시점에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다시 따진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셋째, 자녀가 가업을 이어받을 뜻이 없거나 준비가 덜 됐다면 제3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2028년부터 선택지에 들어온다. 매도자는 주식이나 사업용 자산 양도소득세의 20%를 감면받고(한도는 경영연수×연 5천만원), 매수자는 5년간 소득세·법인세의 10%를 감면받는 제3자 사업승계 과세특례가 2028년 1월 시행 예정이다. 다만 매도자는 20년 이상 경영, 60세 이상 최대주주라는 조건을 갖춰야 하므로 가업승계와 매각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사업주에게만 해당한다.
실무적으로 보면 경영기간이 20년을 넘긴 시점부터는 상속을 기다리기보다 증여를 먼저 실행하는 쪽이 대체로 유리하다. 상속은 시점을 고를 수 없지만 증여는 지금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여 이후에도 사후관리 의무는 그대로 따라오므로, 증여로 넘긴 지분을 곧바로 처분하거나 상속인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 특례 자체가 취소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상 업종 재편과 심사위원회, 놓치면 위험한 이유
요건이 강화된 것은 경영기간만이 아니다. 개정안은 가업으로 인정하는 업종 자체를 다시 정의했고, 그 결과 지금은 공제 대상이던 업종이 앞으로는 빠질 수 있다.
가업은 전문 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새로 정의되고, 대상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727개로 좁혀 법률에 직접 규정한다. 지금까지 시행령에 열거된 업종이면 폭넓게 인정받았다면, 개정안 아래서는 주차장업, 창고업, 마트, 버스·택시운송업, 병원 등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과 부동산 임대수입이 주된 매출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업종이 애매한 경우를 위해 기획재정부 1차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신설된다. 이 위원회가 특정 기업이 가업에 해당하는지, 업종 변경이 불가피한 사정인지, 공제 대상 업종을 조정할지를 심사해 승인한 경우에만 공제가 열린다. 업종 요건을 법 조문만 보고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겸업 기업이다. 제조업이 주력이지만 부동산 임대 매출이 일부 섞여 있는 회사는 그 비중에 따라 가업 해당 여부가 갈릴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판단이 시행령 문구 해석에 머물렀다면 개정안 이후에는 심사위원회의 재량 판단 영역으로 넘어간다. 경영기간 요건만 채웠다고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대상 업종이 세세분류 727개로 법률에 직접 규정되면서, 지금 가업상속공제를 전제로 승계 계획을 세운 기업이라도 업종 재분류 결과에 따라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겸업 매출 비중이 있는 기업은 특히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가업승계는 경영기간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다루는 문제이므로, 세법 개정이 발표된 지금이 곧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다.
경영기간 30년, 종사기간 5년, 사후관리 10년이라는 숫자는 아직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개정안 단계다. 그러나 방향은 이미 뚜렷하고, 시행 시점(2027년 7월 1일 예정)까지 남은 기간에 경영기간을 재계산하고 증여와 상속 중 유리한 쪽을 가늠해 두는 것은 지금 결정해도 늦지 않다. 판단이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