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나 배우자 명의의 상가에서 사업을 하면서 임차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개인사업자는 실무에서 꽤 자주 만납니다. 임대차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그냥 쓰는 경우도 적지 않죠. 상담 중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러다 세무조사가 나오면 제 소득세가 추징되는 거 아니냐"는 것입니다. 결론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료를 받지 않은 건물주(가족) 쪽의 소득세 문제로 작동합니다. 다만 상가를 쓰는 사업자 본인에게도 상가 가치에 따라 증여세가 별도로 걸릴 수 있어, 두 세금을 나눠서 봐야 정확합니다.
상가를 무상으로 쓰는 개인사업자 본인은 원칙적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이 아닙니다. 소득세가 추징된다면 그 상대는 임차료를 받지 않은 건물주(가족)이고, 임차인에게는 상가 가치에 따라 증여세가 별도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소득을 얻어야 할 사람"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소득세법 제41조에 근거를 둔 제도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세부담을 부당하게 줄였다고 판단되면 세무서가 시가를 기준으로 소득을 다시 계산해 과세하는 절차입니다. 적용 대상은 거래를 통해 소득이 줄어든 쪽, 즉 임대료를 받았어야 할 건물주입니다. 상가를 빌려 쓰는 개인사업자는 이 거래로 자신의 소득세 신고 내용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소득세법 제41조가 직접 적용될 대상이 아닙니다.
"내가 임차료를 안 내니 내가 혜택을 본 거고, 내 세금이 문제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당행위계산부인은 늘 소득 귀속자 기준으로 작동하는 제도입니다. 건물주가 사업자등록 없이 개인 명의로만 상가를 소유하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임대차 관계가 성립하면 그 임대료는 부동산임대업에서 발생하는 사업소득으로 구분되고, 세무서는 무상으로 빌려준 것을 시가대로 받은 것처럼 재구성해 건물주의 종합소득세를 계산합니다.
부모 자녀 사이에 예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업자라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98조 제2항은 직계존비속에게 주택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고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는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예외는 문자 그대로 주택과 거주에 한정됩니다. 상가나 사무실처럼 영업용으로 쓰는 부동산은 가족 간이라도 이 예외를 적용받지 못하고, 무상임대는 원칙대로 부당행위계산부인 검토 대상이 됩니다.
상가를 공짜로 쓰면 걸릴 수 있는 세금은 최소 세 가지입니다
가족 소유 상가를 무상으로 쓰는 구조 하나에서 검토해야 할 세금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건물주 쪽 종합소득세, 사용자 쪽 증여세, 그리고 건물주가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면 부가가치세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세목마다 과세 대상자와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 확인하고 안심하면 나머지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 세목 | 과세 대상자 | 근거 법령 | 과세 요건(요약) |
|---|---|---|---|
| 종합소득세 (부당행위계산부인) | 건물주(임대인) | 소득세법 제41조·시행령 제98조 | 시가 임대료와 실제 대가 차액이 시가의 5%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 |
| 증여세 (부동산 무상사용이익) | 사용자(임차인)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7조·시행령 제27조 | 5년간 무상사용이익 합계 1억원 이상 |
| 부가가치세 | 건물주(과세사업자 등록 시) | 부가가치세법 제12조 관련 규정 |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용부동산 임대용역의 무상공급 |
부가가치세는 원칙적으로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과세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는 사업용 부동산 임대용역은 예외적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됩니다. 건물주가 별도의 부동산임대업 사업자등록 없이 개인 자격으로 상가를 소유만 하고 있다면 부가가치세 문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임대업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시가 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무상이면 예외 없이 걸리는 이유 — 5% 기준의 함정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여부는 시가와 실제 거래가액의 차액이 시가의 5%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일 때 판단합니다. 실무에서는 "우리 상가는 3억원짜리도 안 되니 괜찮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기준은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임차료를 아예 받지 않으면 차액은 시가 임대료의 100%가 되므로, 상가 규모나 임대료 액수와 무관하게 5% 기준은 거의 항상 넘습니다.
서울 소재 상가(시가 9억원, 인근 시세 월 임차료 220만원)를 아버지가 딸이 운영하는 네일숍에 무상으로 내준 사례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연간 시가 임차료는 2,640만원이고 실제 지급액은 0원이므로 차액도 2,640만원입니다. 3억원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시가의 5%인 132만원과 비교하면 정확히 20배 차이가 나 5% 기준은 그대로 충족됩니다. 아버지의 종합소득세 신고에는 이 2,640만원이 임대사업소득으로 반영되어야 하고, 누락된 채 나중에 확인되면 본세뿐 아니라 무신고가산세(20%)와 하루 단위로 붙는 납부지연가산세까지 함께 추징될 수 있습니다.
"건물 가치가 3억원이 안 되니 안전하다"는 판단은 절반만 맞습니다. 3억원 기준은 금액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저가 임대 거래에서나 의미가 있고, 임차료를 아예 받지 않는 완전 무상임대는 규모와 무관하게 5% 기준으로 걸립니다.
증여세는 상가 시가 약 13.2억원부터 갈립니다
건물주의 종합소득세와 별개로, 상가를 쓰는 사업자 본인에게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7조에 따른 부동산 무상사용이익의 증여 문제가 남습니다. 1년간 부동산 사용료는 상가 시가의 2%로 보고, 이를 5년치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현가계수 3.79079)이 1억원 이상이면 그 금액 전체가 사용자의 증여재산가액이 됩니다. 역산하면 상가 시가가 약 13억 1,900만원, 통상 13.2억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증여세 신고 의무가 생깁니다.
| 구분 | 상가 시가 9억원 사례 | 상가 시가 20억원 사례 |
|---|---|---|
| 인근 시세 월 임차료 | 220만원 | 500만원 |
| 연간 시가 임차료 | 2,640만원 | 6,000만원 |
| 5년 무상사용이익 합계 | 6,823만원 | 1억 5,163만원 |
| 증여세(임차인) 과세 여부 | 대상 아님 | 과세 대상 |
| 종합소득세(임대인) 부당행위계산부인 | 적용 | 적용 |
두 사례를 비교하면 판단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9억원짜리 상가는 완전 무상으로 제공해도 5년 합산 무상사용이익이 6,823만원으로 1억원에 못 미쳐 증여세 대상이 아닙니다. 20억원짜리 상가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억 5,163만원이 나와 증여세 신고 대상이 됩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건물주의 종합소득세 쪽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금액과 무관하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13.2억원이라는 기준선은 증여세에만 해당하는 분기점이고, 소득세 쪽 판단 기준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순서
임차료를 아예 안 받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지, 일부라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꿀지는 상가 시가와 건물주의 다른 소득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순서로 보면 인근 시세를 먼저 확인하고, 최소한이라도 임차료를 계좌이체로 지급하며 계약서를 남기고, 건물주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반영하는 흐름이 기본이 됩니다.
무상임대에서 정작 위험한 쪽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료를 받지 않은 건물주입니다.
가족 소유 상가를 쓰는 개인사업자라면 본인의 소득세보다 건물주의 종합소득세 신고 여부, 그리고 상가 시가에 따른 증여세 기준선을 먼저 짚어보는 편이 실질적인 점검 순서입니다. 두 세금은 과세 대상자도 계산 방식도 다르므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