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20년을 훌쩍 넘긴 제조업 대표님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경영기간 요건이 30년으로 늘어난다는데, 저는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경영기간이 몇 년째인지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026년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대로 시행되면 가업상속공제의 문턱은 10년에서 30년으로 세 배 가까이 높아지고, 사후관리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납니다. 아직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정부안 단계지만, 예정대로면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지금부터 승계 시점 자체를 다시 계산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영기간이 30년을 넘겼다면 개정안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29년이면 조건부로 구제될 여지가 있지만, 20년을 채우지 못했다면 지금이 승계 전략을 바꿔야 할 마지막 시점입니다.
무엇이, 왜 이렇게까지 바뀌는가
2026년 기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에 따른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상속개시일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5천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을 상속받을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덜어주는 제도입니다. 요건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피상속인의 지분(최대주주로서 지분 40%, 상장법인은 2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과 대표이사 재직 이력, 그리고 상속인의 가업종사·취임 요건입니다.
기획재정부가 2026년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이 제도의 뼈대를 통째로 바꿉니다. 핵심은 "얼마나 오래, 진짜로 경영했는가"를 훨씬 엄격하게 봐야 절세 수단이 아니라 실제 승계로 인정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베이커리 업체가 상대적으로 짧은 경영기간에도 공제를 받아가는 사례가 논란이 되면서, 특허권·영업비밀·산업기술이나 숙련된 기술 같은 전문적 경영 노하우를 갖추고 30년 이상 운영한 기업만 원칙적으로 가업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여기에 가업 해당 여부와 업종 유지 여부를 심사하는 민관 합동 심사위원회도 새로 만듭니다.
다만 이 개편안은 아직 법이 아닙니다. 정부 발표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요건이 조정되거나 시행 시점이 밀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정된 2027년 7월 1일 시행일을 확정된 것으로 보고 움직이기보다는 국회 통과 여부를 계속 확인하며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게 달라집니다
표로 정리하면 현행 제도와 개편안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구분 | 현행 (2026년 기준) | 개편안 (2027.7.1 시행 예정) |
|---|---|---|
| 경영기간 요건 | 10년 이상 계속 경영 | 30년 이상 원칙 (20년 이상은 조건부 구제) |
| 공제한도 | 10~20년 300억 / 20~30년 400억 / 30년 이상 600억 | 경영연수×20억 원, 최대 1,000억 원(30년 600억·35년 700억·40년 800억·50년 이상 1,000억) |
| 사후관리기간 | 5년 | 10년 |
| 업종 유지 |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내 변경 허용 | 대분류도 원칙적 변경 금지 (심사위원회 예외 심사) |
| 심사 방식 | 국세청 사후 확인 | 민관 합동 심사위원회 사전·사후 심사 |
예를 들어 경영 15년차 제조업 법인을 물려받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가업용 자산가액이 250억 원이라면, 2027년 6월 30일 이전에 상속이 개시될 경우 현행법 10~20년 구간의 한도 300억 원 안에 들어오므로 250억 원 전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됩니다. 그런데 개편안이 예정대로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그 이후에 상속이 개시된다면, 경영기간 15년은 원칙 요건(30년)은 물론 조건부 구제 기준으로 거론되는 20년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공제 자체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속세 최고세율 50% 구간을 단순 적용하면(누진공제 등은 뺀 개략치입니다) 공제 여부에 따른 세금 차이만 125억 원에 달합니다. 시행일을 며칠 사이에 두고 상속세 부담이 100억 원 넘게 갈릴 수 있다는 뜻이죠.
경영기간이 몇 년째냐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이 개편안 앞에서 모든 대표님이 불리해지는 건 아닙니다. 실질적인 분기점은 경영기간 20년입니다. 20년을 넘겼는지 여부에 따라 대응 방향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입니다.
첫째, 경영기간이 이미 30년을 넘긴 경우입니다. 이 경우 개편안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제한도가 경영연수×20억 원 방식으로 바뀌면서 35년이면 700억 원, 40년이면 800억 원, 50년 이상이면 1,000억 원까지 한도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후관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는 부담은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지금 서둘러 상속을 개시하기보다, 개편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까지 지켜보며 승계 시점을 조정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경영기간이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경우입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이 구간은 30년을 다 채우지 못해도 공제 자체는 받되, 부족한 기간만큼 사후관리기간이 늘어나는 조건부 구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사후관리기간이 정확히 몇 년 더 늘어나는지, 한도는 경영연수 기준으로 얼마나 인정되는지는 시행령이 나와야 확정됩니다. 이 구간에 있다면 국회 심의 경과를 계속 확인하면서 상속 개시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입니다.
셋째, 경영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경우입니다. 지금은 300억 원 한도로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조건부 구제 대상에도 들지 못해 공제가 아예 막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간의 대표님이라면 상속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사전증여 방식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증여특례는 별도 조문으로 운영되고 사후관리 요건도 다르게 적용되므로, 두 제도를 놓고 유불리를 판단하는 일은 전문가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순서는 단순합니다. 먼저 경영기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20년과 30년 문턱 중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다음, 사전증여특례 병행 여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시행일 전후로 상속 개시 시점이 갈리면 세액 차이가 수십억 원 단위로 벌어질 수 있으므로, 이 순서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로 15년을 운영하다가 5년 전 법인으로 전환한 제조업체 대표님들입니다. 본인은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가업상속공제의 경영기간은 원칙적으로 같은 법인격의 계속경영 기간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법인전환 시점부터 다시 셈해야 하는 경우가 실무상 다투어집니다. 개인사업 시절의 실적과 자산이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입증해 인정받은 사례도 있지만, 조직 형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부인된 사례도 있어 사전에 검토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두 번째 함정은 "경영기간"을 상속인, 즉 자녀 기준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자녀가 회사에 들어와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안심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요건의 주체는 물려주는 피상속인이지 물려받는 상속인이 아닙니다. 상속인의 가업종사 기간은 별도로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이면 충분한 요건이고, 경영기간 요건과는 완전히 다른 축입니다.
경영기간 기산점은 법인전환·합병·분할처럼 사업 형태가 바뀔 때마다 다시 다투어질 수 있는 지점이고, 요건이 10년에서 30년으로 강화되면 이 몇 년의 공백이 갖는 무게 자체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기산점이 몇 년 어긋나도 10년 요건 안에서 흡수됐지만, 30년 요건에서는 그 공백이 그대로 요건 미충족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 개편안은 2026년 8월 기준 정부 세법개정안이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경영기간 기준·사후관리기간·시행 시기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승계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국회 통과 여부와 시행령 확정 내용을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업상속공제는 이제 "10년을 버텼는가"가 아니라 "30년을 설계했는가"를 묻는 제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경영기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일부터 사전증여특례와의 비교까지, 숫자 하나하나가 세액을 좌우하는 국면이라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결정하기보다 전문가의 사전 진단을 받아보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