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에서 유독 자주 걸리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법인이 임원 보수를 연봉제로 바꾸면서, 그 시점까지 쌓인 퇴직금을 중간정산 명목으로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그 임원이 정산 이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계속 일한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퇴직하지 않았는데 퇴직금만 먼저 받아 간 셈이 되면, 국세청은 이 돈을 퇴직금이 아니라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다시 분류합니다. 그 순간 세금 계산식 자체가 바뀝니다. 퇴직소득세로 신고했던 세액은 취소되고, 법인은 인정이자를 익금에 산입해야 하며, 나중에 실제 퇴직 시점에는 그 임원에게 근로소득(상여) 세율이 통째로 적용됩니다.
연봉제 전환은 2016년 1월 1일 이후 지급분부터 세법상 현실적 퇴직 사유에서 빠졌습니다. 실제 퇴직 없이 지급한 중간정산 퇴직금은 그 순간부터 업무무관가지급금이며, 법인은 인정이자 익금산입과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을, 임원은 훗날 상여 처분에 따른 근로소득세를 함께 떠안습니다.
중간정산 퇴직금, 왜 연봉제 전환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나
법인세법 시행령이 정한 '현실적 퇴직' 사유에 연봉제 전환은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은 임원 퇴직급여를 손금(비용)으로 인정하는 전제로 현실적 퇴직을 요구하고, 제2항은 현실적 퇴직으로 보는 사유를 각 호에 걸쳐 열거합니다. 대표적으로 법인의 조직변경·합병 등에 따라 퇴직급여를 실제로 지급한 경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중간정산하여 지급한 때, 그리고 정관 또는 정관에서 위임한 퇴직급여지급규정에 따라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3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등 법정 사유로 임원에게 중간정산하여 지급한 때(같은 항 제4호, 이후 근무연수를 새로 기산하는 경우에 한정)가 있습니다.
연봉제로 급여 체계를 바꾼다는 사정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연봉제 전환에 따른 중간정산도 예외 사유로 인정됐지만, 2016년 1월 1일 이후 지급분부터는 그 특례가 삭제되어 더 이상 현실적 퇴직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 개정 이후에도 실무에서는 여전히 "연봉제로 바꾸니 그동안 밀린 퇴직금부터 정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급여 체계 개편 자체는 회사의 자유지만, 그걸 이유로 임원에게 퇴직금 명목의 돈을 미리 내주는 순간 세법은 그 임원이 여전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봅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22조 제2항은 이 지점을 명확히 못박습니다. 현실적으로 퇴직하지 않은 임원에게 지급한 퇴직급여는, 그 임원이 실제로 퇴직할 때까지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본다는 규정입니다. 법인 장부에 '퇴직급여'로 비용 처리했더라도 세법은 그 금액을 처음부터 대여금처럼 취급한다는 뜻입니다.
퇴직소득세로 남을 때와 가지급금으로 뒤바뀔 때, 세금 차이는 얼마나 될까
같은 3억 원을 지급해도 세 부담은 두 배 넘게 벌어집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숫자로 풀어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근속 12년 차 대표이사 A씨가 연봉제 전환을 이유로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 3억 원을 받았다고 가정합니다.
퇴직소득으로 정상 인정된다면 2026년 기준 계산은 이렇습니다. 근속연수공제는 10년 초과 20년 이하 구간이므로 1,500만원 + 250만원×(12년-10년) = 2,000만원입니다. 환산급여는 (3억원-2,000만원)÷12×12 = 2억8,000만원이 되고, 환산급여공제(1억원 초과 3억원 이하 구간)는 6,120만원 + (2억8,000만원-1억원)×45% = 1억4,220만원입니다. 퇴직소득 과세표준은 2억8,000만원-1억4,220만원 = 1억3,780만원이고, 여기에 종합소득세율(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구간 35%, 누진공제 1,544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억3,780만원×35%-1,544만원 = 3,279만원입니다. 근속연수를 반영해 다시 환산하면 퇴직소득세는 3,279만원, 지방소득세 10%를 더해도 약 3,607만원 수준이며 실효세율은 약 12%에 그칩니다.
같은 3억원이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재분류되고 훗날 실제 퇴직 시점에 정산 차액이 상여로 소득처분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A씨에게 이미 다른 근로소득이 있어 과세표준이 1.5억원을 넘는 상태였다면, 추가되는 3억원은 38~40%대 세율 구간에 곧바로 진입합니다.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한계세율은 41.8~44%대에 이르는데, 퇴직소득으로 처리됐을 때의 실효세율(약 12%)과 30%포인트 가까이 벌어지는 차이입니다.
| 구분 | 퇴직소득으로 인정될 때 | 업무무관가지급금 재분류 시 |
|---|---|---|
| 과세 성격 | 퇴직소득(분류과세, 연분연승법) | 근로소득(상여), 종합소득 합산 |
| 적용 세율(사례 기준) | 실효세율 약 12% | 한계세율 38~40%대 |
| 법인 측 영향 | 정산액 전액 손금 인정 | 손금불산입 + 인정이자 익금산입 +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
| 확정 시점 | 지급 시 원천징수로 종결 | 실제 퇴직 시점 정산, 가산세 별도 발생 |
가지급금으로 남아있는 동안 법인이 지는 부담
정산 즉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퇴직 전까지 매년 세금이 붙습니다.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분류된 금액은 실제 퇴직 전까지 법인 장부에 대여금처럼 남아 있고, 그동안 두 가지 부담이 매 사업연도 반복됩니다.
첫째, 인정이자입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라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원칙으로 하되,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 당좌대출이자율(2026년 기준 연 4.6%,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을 시가로 보아 이자 상당액을 법인의 익금에 산입합니다. 3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 1,380만원이 매년 법인 소득에 더해져 법인세가 늘어납니다. 다만 시가와 실제 수령이자의 차액이 3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의 5% 이상인 경우에 한해 부당행위계산부인이 적용되므로(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3항), 무이자로 방치된 가지급금은 사실상 매년 과세 대상이 됩니다.
둘째,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입니다. 법인이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금을 쓰고 있다면, 업무무관가지급금에 상당하는 차입금의 지급이자는 법인세법 제28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차입금이 많은 법인일수록 이 항목의 타격이 큽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무조사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회사가 이 금액을 계속 '퇴직급여'로 장부에 남겨두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이자 누적분과 가산세가 함께 불어나기 때문에, 연봉제 전환 시점에 지급한 금액이 세법상 현실적 퇴직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먼저 점검하는 편이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조세심판원의 한 결정(조심 2021서6836, 2022.11.07)에서도 법인이 2015년 12월 연봉제로 전환하며 대표이사 등에게 지급한 중간정산 퇴직금이 다뤄졌습니다. 심판원은 근속기간에 비해 지급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현실적 퇴직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과세했다며 중간정산기간을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산정하되 쟁점 금액은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퇴직 여부와 지급액의 적정성을 함께 따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정이자와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은 국세청이 지적하기 전까지도 매년 자동으로 쌓입니다. 세무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수년치가 한꺼번에 추징되고, 과소신고가산세와 원천징수납부지연가산세까지 함께 부과됩니다.
실제 퇴직 시점에는 어떻게 정산되고, 언제 지급해야 안전할까
가지급금 상태가 영원히 이어지는 건 아니고, 실제 퇴직 시점에 한 번에 정산됩니다. 임원이 나중에 실제로 퇴직하면, 중간정산 이전 기간을 포함한 전체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정당한 퇴직금을 다시 계산합니다. 앞서 지급했던 중간정산액 중 이 재계산 금액을 넘는 부분은 애초에 퇴직소득이 아니라 상여로 확정되고, 법인은 그 금액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데 대한 가산세까지 함께 부담합니다. 반대로 재계산 금액에 못 미치면 차액만큼 추가로 퇴직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중간정산액이 재계산액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여 처분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흔합니다.
판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정말 퇴직금을 정산하고 싶다면, 지급 시점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이 정한 법정 중간정산 사유(무주택자 주택구입, 6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등)에 맞추거나, 정관에 명시한 퇴직급여지급규정에 따라 그 사유를 갖췄을 때로 제한해야 합니다. 단순히 "급여 체계를 바꾸니 그동안 쌓인 돈을 정리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세법상 현실적 퇴직으로 인정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반대로 그 임원이 실제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거나 등기임원에서 제외되는 등 지위와 업무가 실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연봉제 전환은 급여 체계를 바꾸는 결정이지, 퇴직을 확정하는 사유가 아닙니다.
중간정산 퇴직금을 지급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건 세율표가 아니라 그 임원이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지 여부입니다. 이 판단을 건너뛰면 나중에 상여 처분과 가산세로 되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