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넷인 집에서 부모님 상속을 앞두고 있다면 한 번쯤 듣는 말이 있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우리처럼 상속인 많은 집이 세금을 덜 낸다더라." 정부가 2025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이 바로 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인이 많을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맞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재산을 얼마나 고르게 나눠 받느냐에 따라 절세 효과가 0원에서 수억 원까지 벌어진다. 2026년 9월 현재 이 개편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시행되더라도 세부 수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둔다.
유산취득세 개편안의 핵심은 상속인 머릿수가 아니라 각자 실제로 얼마를 받는가다. 균등하게 나눠 받을수록 개별 기본공제(직계존비속 1인당 5억원)가 여러 번 적용돼 세금이 크게 줄고, 한 사람에게 몰아줄수록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과세하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이다. 피상속인, 즉 사망한 사람이 남긴 재산 전체를 하나의 과세단위로 놓고 세금을 계산한 다음, 상속인들이 각자 받은 비율만큼 나눠 낸다. 상속인이 몇 명이든 전체 세액은 똑같고, 다만 누가 얼마를 부담하느냐만 달라진다.
유산취득세는 반대다. 상속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받은 재산을 과세단위로 삼아 각자 세금을 계산한다. 기본공제도, 세율 구간도 상속인별로 따로 적용된다. 정부는 2025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이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결했고,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하면 과세 시스템 정비를 거쳐 2028년 시행이 예상된다. 다만 2026년 9월 현재까지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상속세는 여전히 현행 유산세 방식으로 부과된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가. 유산세는 상속인 수와 무관하게 총 세액이 고정돼 있어서 상속인이 늘어도 절세 효과가 없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에게 기본공제가 따로 붙기 때문에, 상속인이 많아지고 골고루 나눠 받을수록 과세표준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개편안대로면 상속인 한 명당 공제가 얼마나 늘어나나
결론은, 자녀 등 직계비속 기준으로 1인당 기본공제가 5억원으로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속인이 몇 명이든 기초공제 2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 하나만 전체 상속재산에서 공제된다. 개편안은 이 구조를 없애고 상속인·수유자 각자에게 개별 공제를 부여한다.
직계존비속인 상속인은 1인당 5억원, 형제자매 등 그 밖의 상속인은 1인당 2억원을 기본공제로 받는다. 유증을 받은 수유자는 직계존비속 5천만원, 그 밖의 친족은 1천만원이다. 배우자공제는 최소 10억원으로 오르는데, 배우자가 실제로 받은 재산이 10억원 이하라면 법정상속분과 상관없이 전액 공제된다.
이 조합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다. 상속인이 3명이면 직계비속 공제만 최대 15억원, 4명이면 2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뜻이다. 지금의 일괄공제 5억원 한 덩어리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아래 표의 개편안 수치는 2026년 9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안 기준이며, 심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어 확정 전까지는 참고용으로만 봐야 한다.
| 구분 | 현행(유산세) | 개편안(유산취득세) |
|---|---|---|
| 과세단위 | 상속재산 전체 1회 | 상속인 각자 |
| 자녀 등 직계비속 공제 | 일괄공제 5억원(전체 1회) | 1인당 5억원 |
| 배우자공제 | 최소 5억원, 최대 30억원 | 최소 10억원 |
| 형제자매 등 기타 상속인 | 일괄공제에 흡수 | 1인당 2억원 |
| 수유자(유증받은 사람) | 별도 규정 없음 | 직계비속 5천만원 · 기타 1천만원 |
상속인이 많으면 세금이 정말 줄어드는지, 숫자로 확인해보면
상속재산 20억원을 자녀들이 나눠 받는 상황을 2026년 세율표(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구간별 누진공제 0원·1천만원·6천만원·1억6천만원·4억6천만원)로 계산하면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자녀 1명이 20억원을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현행 방식으로는 일괄공제 5억원을 뺀 과세표준 15억원에 40% 세율과 누진공제 1억6천만원을 적용해 산출세액 4억4천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하면 4억2680만원을 낸다.
자녀 4명이 5억원씩 똑같이 나눠 받으면, 지금의 유산세 방식으로는 전체 재산 20억원을 기준으로 세액을 한 번에 계산하기 때문에 총 세액은 똑같이 4억2680만원이고, 다만 4명이 나눠서 부담할 뿐이다. 상속인이 늘어도 총 세금은 한 푼도 줄지 않는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자 받은 5억원에 개별 기본공제 5억원이 그대로 적용돼 과세표준이 0원이 되고, 4명 모두 낼 세금이 없다. 상속인이 많아지고 고르게 나눠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4억2680만원이던 세금이 0원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상속을 항상 똑같이 나누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장남이 부모를 부양했다는 이유 등으로 재산 대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 형제들은 소액만 받는 협의분할이다. 같은 20억원을 장남이 15억원, 나머지 세 명이 약 1억6700만원씩 받는다고 하면, 장남 몫은 개별공제 5억원을 넘는 10억원이 과세표준이 되어 30% 세율(누진공제 6천만원)로 2억4천만원, 신고세액공제 반영 후 2억3280만원을 낸다. 나머지 세 자녀는 공제 범위 안이라 세금이 없다. 합계 2억3280만원으로, 현행보다는 줄지만 균등분할 때의 0원과는 격차가 크다.
| 상속 형태 | 현행(유산세) 총 세액 | 개편안(유산취득세) 총 세액 |
|---|---|---|
| 자녀 1명 단독 상속(20억원) | 4억2680만원 | 4억2680만원(차이 없음) |
| 자녀 4명 균등 상속(5억원씩) | 4억2680만원 | 0원 |
| 자녀 4명 불균등 상속(장남 15억+3명 1억6700만원씩) | 4억2680만원 | 2억3280만원 |
상속인 머릿수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유불리를 판단해야 하나. 핵심은 상속인 각자가 받는 몫이 개별 기본공제 근처에서 노는지다. 직계비속이라면 1인당 5억원, 형제자매 등 기타 상속인이라면 1인당 2억원이 실질적인 분기점이다. 받는 몫이 이 금액 이하면 세금이 아예 없어지고, 이 금액을 넘는 순간부터는 넘는 부분에 대해 지금과 비슷한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즉 상속인 수 자체보다, 재산을 이 공제선 아래로 쪼갤 수 있느냐가 절세 효과를 좌우한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자주 놓치는 함정이 하나 있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상속인 전원이 해외 거주자인 경우 9개월)로, 유산취득세로 바뀌어도 이 기한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신고기한 안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다. 유류분 다툼이 있거나 부동산 명의 정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럴 때는 우선 법정상속분대로 신고하고, 실제 분할이 확정된 뒤 달라진 부분을 경정청구나 수정신고로 정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신고 자체를 미루면 가산세가 붙으므로, 분할이 늦어질 것 같으면 법정상속분 기준 신고부터 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신고기한(6개월, 해외 거주 상속인만 있는 경우 9개월)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면, 확정을 기다리지 말고 법정상속분 기준으로 우선 신고해야 한다. 신고 자체를 넘기면 무신고가산세가 별도로 붙는다.
유산취득세 개편은 상속인 머릿수가 아니라, 재산을 개별 공제선 아래로 얼마나 고르게 나눌 수 있는지가 절세의 관건이다.
개편안은 2026년 9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고, 통과되더라도 공제 금액과 세율 구간은 심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상속인이 여럿인 가족이라면 협의분할 시나리오별로 세액을 미리 그려보는 편이, 개편안이 통과되든 되지 않든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