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속재산을 나누는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부모님을 모신 자녀가 형제들과 똑같이 1/N씩 나눠 받는 상황을 실무에서 자주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병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속재산을 더 받지 못한다. 가정법원은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부양의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였는지를 따지고, 그 기여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를 함께 본다. 이 글은 그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실제로 상속재산을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 예시로 짚는다.
기여분은 "오래 모셨다"가 아니라 "다른 상속인보다 특별히 더 부양했다"는 사실과 증거로 결정된다. 인정 비율은 사안마다 다르지만 통상 상속재산의 5~30% 수준이고, 2026년 2월 개정된 민법부터는 유류분 반환청구에서도 기여분의 일부가 반영된다.
기여분이라는 예외는 언제, 왜 작동하는가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법정상속분에 따라 같은 순위의 공동상속인에게 균등하게 나뉜다.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 몫에 5할이 가산되지만, 자녀들 사이에서는 오래 모신 자녀와 얼굴만 비추던 자녀가 똑같은 몫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민법 제1008조의2가 이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이 기여분이다.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증가시키는 데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이 있으면, 상속재산에서 그 기여분을 먼저 떼어준 다음 나머지를 법정상속분대로 나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협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실제로 협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간병하지 않은 형제 입장에서는 자기 몫이 줄어드는 합의를 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협의가 안 되거나 애초에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면, 기여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기여분 결정을 청구해 심판으로 정하게 된다.
가정법원이 이 문턱을 낮게 잡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간병에 관한 2019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장기간 동거·간호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동거·간호의 시기와 정도, 부양의무의 정도, 다른 상속인과의 형평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이 판단 기준은 자녀의 간병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간병이 '특별한 기여'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갖춰져야 하는가
결론은 명확하다. 자녀에게 통상 기대되는 부양의무 수준을 뚜렷하게 넘는 헌신이었는지가 갈림길이다. 판례는 성년 자녀가 장기간 동거하면서 생계비 보조 정도를 넘어,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피상속인을 사실상 전담해 부양한 경우에 특별한 기여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이따금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생활비를 조금 보탠 정도는, 자녀로서 당연히 기대되는 도리로 취급돼 기여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보면, 이 지점에서 판단이 갈린다. 부모님을 8~10년 모시고 병수발까지 들었다고 주장하는 자녀는 많지만, 정작 간병 기간의 병원비 영수증이나 요양비 이체 내역, 간병일지 같은 자료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가정법원은 진술만으로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통장에서 정기적으로 나간 병원비·요양비 지출,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무를 줄인 정황, 다른 형제들의 왕래 빈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심판에서 의미 있는 비율이 나온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기여분과 특별수익은 별개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병한 자녀가 기여분만 주장하고, 다른 형제가 생전에 이미 받은 증여나 결혼자금 같은 특별수익을 짚지 않으면, 기여분이 인정돼도 실질적인 형평은 맞춰지지 않는다.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는 기여분과 특별수익을 함께 다퉈야 결과가 왜곡되지 않는다.
| 구분 | 인정되기 쉬운 경우 |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
|---|---|---|
| 동거 여부 | 장기간 동거하며 전담 간병 | 별거하며 간헐적 방문 |
| 부양 수준 | 생계·간병을 사실상 전담 | 형제들과 비용 분담 |
| 증빙 | 간병일지·영수증·이체내역 확보 | 진술만 있고 자료 없음 |
| 다른 형제와 비교 | 부양 격차가 뚜렷 | 형제 모두 비슷한 수준 |
실제로 상속재산을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가
기여분 비율은 법으로 정해진 수치가 없다. 가정법원이 동거·간호의 기간과 강도, 상속재산의 규모, 다른 상속인과의 형평을 종합해 사건마다 다르게 정한다. 실무에서는 5~30% 사이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간병에 더해 사업자금 지원이나 재산 증식까지 결합된 예외적인 사안에서는 50%까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런 고비율은 간병만으로는 잘 나오지 않고, 재산 형성에 직접 기여한 사실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다르다. 상속재산이 10억 원이고 상속인이 자녀 3명(장녀 A, 차남 B, 삼남 C)이며 배우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가정하자. A가 8년간 부모님과 동거하며 치매 간병을 전담하고 병원비 상당액을 실제로 부담했다는 사실이 인정돼, 가정법원에서 기여분 20%가 정해졌다고 하자.
기여분 없이 균등하게 나누면 세 자녀는 각각 3억 3,333만원씩 받는다. 기여분 20%를 반영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먼저 상속재산 10억 원에서 기여분 2억 원(10억×20%)을 떼어 A에게 먼저 배정한다. 남은 8억 원을 법정상속분대로 3등분하면 각 2억 6,667만원이다. 여기에 A의 기여분 2억 원을 더하면, A의 최종 상속분은 4억 6,667만원이 된다. 나머지 두 자녀는 각 2억 6,667만원을 받는다.
| 구분 | 기여분 없을 때 | 기여분 20% 인정 시 |
|---|---|---|
| 장녀 A(간병) | 3억 3,333만원 | 4억 6,667만원 |
| 차남 B | 3억 3,333만원 | 2억 6,667만원 |
| 삼남 C | 3억 3,333만원 | 2억 6,667만원 |
기여분 심판까지 갈 실익이 있는지는 상속재산 규모와 증빙의 완성도로 판단한다. 상속재산이 3억 원 안팎이면 기여분 몇 퍼센트를 인정받아도 실제 차액이 크지 않아, 심판 비용과 형제간 관계 악화를 감수할 만큼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속재산이 5억 원을 넘고 간병일지·영수증·이체내역처럼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히 쌓여 있다면, 협의 단계에서부터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편이 유리하다.
2026년 개정 이후 기여분과 유류분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기여분과 유류분은 원래 서로 다른 트랙에서 움직였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유류분은 별도의 민사소송인 유류분반환청구에서 다퉈졌다. 유류분 소송 중에 부모님을 오래 모셨으니 기여분을 고려해 달라고 항변해도, 법원이 이를 직접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2026년 2월 12일 국회를 통과해 공포 즉시 시행된 개정 민법은 이 구조를 일부 바꿨다. 기여상속인이 가정법원의 기여분 결정으로 특별한 기여를 인정받고, 그 기여가 자신이 받은 보상적 성격의 증여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증여분은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기여분 반영 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된다. 같은 개정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폐지됐고, 유류분 반환은 부동산 같은 원물이 아니라 금전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 됐다(2026년 3월 17일 시행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의 유류분 자체는 상실 사유 신설과 함께 그대로 유지된다.
실무적으로는 순서가 중요해졌다. 부모님을 오래 모신 자녀라면, 다른 형제가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서 기여분 결정을 먼저, 혹은 최소한 병행해서 받아두는 편이 유리하다. 기여분 결정 없이 유류분 소송만 진행되면, 개정법의 보호를 받을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기여분 결정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별도의 소멸시효는 없지만, 상속재산분할심판이 먼저 확정돼 버리면 그 뒤에는 기여분을 주장할 방법이 없다. 형제들과의 협의가 길어질수록 이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기여분은 마음이 아니라 기간·정도·증거로 인정된다.
부모님을 오래 모신 사실은 명예로운 일이지만, 상속재산분할에서는 별개의 문제다. 간병 기간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 그리고 협의가 막히기 전에 가정법원 절차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제 상속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