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면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고 최고세율을 낮추는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상담 현장에서도 "법이 바뀌면 세금이 확 줄어든다는데, 지금 증여하면 손해 아니냐"는 질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지금 증여하는 쪽이 유리하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최고세율 인하는 2026년 9월 현재 국회에 상정만 됐을 뿐 확정된 법이 아니고, 통과되더라도 시행은 2028년을 목표로 한다. 2024년 12월에도 비슷한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다.
2026년 기준으로 확정된 세율·공제 규정과 국회에 올라온 개편안의 실제 내용을 비교하고, 구체적인 금액으로 계산해 어느 쪽이 세금 면에서 유리한지 정리한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최고세율 인하는 국회 심사 중인 '안'일 뿐이다. 통과 시점과 세율 폭 모두 미정이고,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되면 현행 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재산을 나눠 낮은 세율 구간에서 먼저 과세받는 사전증여의 효과는 지금도 유효하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부터 다르다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으로 걷힌다.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하나로 합쳐 과세표준을 계산하고, 여기에 10~50%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한 다음 산출된 세액을 상속인들이 받은 몫대로 나눠 부담한다. 상속인이 몇 명인지, 각자 얼마씩 받는지는 세액 계산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부담 비율에만 반영된다.
국회에 올라온 개편안의 핵심은 이 계산 순서를 뒤집는 데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개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각자 세금을 계산한다.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재산이 여러 명에게 고르게 나뉠수록 1인당 과세표준이 작아지고 적용되는 세율 구간도 낮아지는 구조다.
현행 세율표는 아래와 같다. 1999년 이후 27년째 그대로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액 |
|---|---|---|
| 1억원 이하 | 10% | 없음 |
| 1억원 초과 ~ 5억원 이하 | 20% | 1천만원 |
| 5억원 초과 ~ 10억원 이하 | 30% | 6천만원 |
| 10억원 초과 ~ 30억원 이하 | 40% | 1억 6천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 6천만원 |
과세표준을 정하기 전에는 공제가 먼저 빠진다.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5억원에서 법정상속분 한도까지, 배우자가 없거나 상속을 포기하면 일괄공제 5억원(기초공제 2억원과 기타 인적공제 중 큰 금액)을 적용한다. 자녀 1인당 공제는 5천만원에 불과해, 자녀 수가 많아도 공제 효과는 크지 않다.
국회에 올라온 개편안, 세 갈래로 갈린다
2026년 9월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는 방향이 다른 안 세 가지가 함께 올라와 있다.
정부 개편안은 8월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겨 9월 초 국회에 제출됐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서 기초공제·일괄공제를 폐지하고, 상속인별 개별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자녀 1인당 공제를 5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10억원 정액으로 올리는 안이 담겼다. 생전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하는 규정도 함께 손질하며, 통과되면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이와 별도로 야당(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유산세 틀은 그대로 둔 채 최고세율만 50%에서 30%로 낮추고,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은 비과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안에는 최고세율을 구체적으로 몇 %까지 내릴지 명시돼 있지 않다. 2024년 정부가 냈다가 부결된 개편안은 50%를 40%로 낮추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유산취득세 전환안에는 세율 인하 폭이 따로 담기지 않았다.
| 구분 | 현행(2026) | 정부 개편안 | 야당 발의안 |
|---|---|---|---|
| 과세방식 | 유산세 | 유산취득세 | 유산세(유지) |
| 최고세율 | 50% | 미확정 | 30% |
| 자녀공제 | 1인당 5천만원 | 1인당 5억원(안) | 현행 유지 |
| 배우자공제 | 5억~30억(법정상속분) | 10억원 정액(안) | 상속재산 비과세(안) |
| 시행 시기 | 시행 중 | 2028년(통과 시) | 미정 |
세 안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은 유산취득세 전환 자체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연내 합의 통과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지금 증여와 상속 대기, 실제 세금은 얼마나 차이 나나
말로 하는 유불리 비교보다 실제 숫자를 넣어보는 편이 빠르다. 상담에서 자주 만나는 사례로 계산해 본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외동딸 한 명을 둔 72세 자산가가 시가 10억원 아파트와 예금 5억원, 총 15억원을 갖고 있다. 아파트를 지금 딸에게 증여할지, 개편 논의를 지켜보며 상속까지 기다릴지 고민 중이다.
지금 증여하면, 직계존속이 성년 자녀에게 주는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을 뺀 과세표준은 9억 5천만원이다. 세율 구간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30%, 누진공제 6천만원)에 걸려 산출세액은 9억 5천만원×30%-6천만원=2억 2,500만원이고, 신고기한 내 신고하면 3% 신고세액공제를 받아 실제 납부세액은 약 2억 1,825만원이다. 남은 예금 5억원은 그대로 뒀다가 나중에 상속받는데, 딸이 단독상속인이면 일괄공제 5억원이 그대로 적용돼 과세표준이 0원이 되고 상속세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지금 증여하지 않고 15억원 전액을 상속으로 받는다고 하면, 일괄공제 5억원을 뺀 과세표준은 10억원이다. 같은 세율 구간(30%, 누진공제 6천만원)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2억 4천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한 납부세액은 약 2억 3,280만원이다.
두 경우의 차이는 약 1,455만원이다. 재산을 두 번에 나눠 각각 공제를 받고, 낮은 세율 구간에서 과세받은 쪽이 유리했다.
| 구분 | 지금 증여(아파트 10억) | 상속 대기(15억 전액) |
|---|---|---|
| 과세표준 | 9억 5천만원 | 10억원 |
| 적용 세율 구간 | 30%(누진공제 6천만원) | 30%(누진공제 6천만원) |
| 산출세액 | 2억 2,500만원 | 2억 4,000만원 |
| 신고세액공제(3%) 반영 | 약 2억 1,825만원 | 약 2억 3,280만원 |
| 잔여 재산 처리 | 예금 5억원, 일괄공제로 상속세 0원 | 해당 없음 |
위 계산은 상속 개시가 증여 후 10년이 지난 뒤라는 전제에서만 성립한다. 10년 안에 상속이 개시되면 증여한 아파트도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된다.
법 개정을 기다리는 선택,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는가
개편안을 기다리는 쪽은 세 가지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그대로 노출된다.
첫째, 국회 통과 자체가 불확실하다. 2024년 12월에도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올리는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번에는 야당이 유산취득세 전환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 합의 없이는 처리되기 어렵다.
둘째, 통과되더라도 시행은 소급되지 않는다. 정부는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그 사이에 상속이 개시되면 개편안과 무관하게 현행 최고세율 50%가 그대로 적용된다. 고령이거나 건강이 우려되는 피상속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기다림'이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셋째, 자산가치 상승분은 기다리는 동안에도 고스란히 과세표준에 쌓인다. 부동산처럼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자산은 지금 증여해 가액을 고정하는 것과, 상속 시점의 시가로 다시 평가받는 것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세율이 낮아지길 기다리다 자산가치가 더 크게 오르면 산출세액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상담에서 자주 보는 패턴이 있다. 국회에 개편안이 올라왔다는 뉴스만 보고 이미 법이 바뀐 것처럼 오해해 증여를 미루는 경우다. 입법예고나 국회 제출은 법 시행과 다르다. 2024년에도 같은 기대로 증여를 미뤘던 사례들이 있었는데, 그해 12월 개편안이 부결되면서 그 사이 오른 자산가치만큼 세부담이 그대로 남았다.
사전증여 재산이 10년 안에 상속재산에 합산되더라도 이미 낸 증여세는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돼 이중으로 과세되지 않는다. 결국 기대여명이 10년을 넘길 가능성이 있고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면 지금 증여가, 상속 개시가 임박했다면 개편안의 세부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쪽이 더 안전하다.
국회에 올라온 개편안은 아직 법이 아니다. 확정된 세율표 위에서 지금 계산할 수 있는 숫자가,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안보다 확실하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최고세율 인하는 방향은 맞지만 속도와 폭이 정해지지 않았다. 개편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증여의 효과는 현행 세율 구조 안에서도 이미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