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남긴 아파트나 땅을 상속받을 때,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시가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가액이 낮아지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줄어드니 당장은 유리해 보인다. 그런데 이 부동산을 몇 년 뒤 팔 때, 상속세 신고 당시 낮게 잡은 가액이 그대로 양도소득세의 취득가액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취득가액이 낮으면 양도차익이 커지고, 양도소득세도 그만큼 늘어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세를 아끼려고 낮게 신고한 대가를 나중에 양도소득세로 치르게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다만 상속공제 범위 안에서 상속세가 어차피 0원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상속받은 부동산의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은 상속세 신고(결정) 당시 평가한 가액이다. 상속세를 줄이려고 시가보다 낮게 신고하면 그 가액이 취득가액으로 고정되어 나중에 양도소득세가 늘어난다. 상속세가 공제 범위 안에서 어차피 0원이라면 감정평가로 시가에 맞춰 신고하는 쪽이 손해 볼 일 없이 유리하다.
상속세 신고가액이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이 되는 이유
상속받은 부동산을 나중에 팔 때 양도소득세는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뺀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문제는 상속받은 자산은 본인이 돈을 주고 산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 취득가액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소득세법 제97조와 그 시행령 제163조 제9항은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부터 제6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실지거래가액으로 본다고 정한다. 세무서장이 상속세를 결정하거나 경정하면서 확인한 가액이 있으면 그 가액이 우선한다.
풀어서 말하면 상속세 신고서에 적은 부동산 가액, 그리고 세무서가 그 신고를 받아들이거나 조사를 거쳐 확정한 가액이 그대로 나중의 취득가액이 된다는 뜻이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쓴 숫자와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쓸 숫자가 하나로 묶여 있는 구조다. 상속세 신고 단계에서 가액을 낮게 잡을수록 상속세는 줄지만, 그만큼 취득가액도 낮아져 나중에 팔 때 양도차익 계산의 기준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상속세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5단계 초과누진세율로 정해져 있다. 신고가액을 낮출지 판단하려면 먼저 지금 내 상속세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10% | -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천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6천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6천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6천만원 |
시가보다 낮게 신고하면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로 설명하면 이렇다.
시가 9억원, 공시지가(기준시가) 4억원짜리 농지를 상속받은 경우를 보자.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이고 상속재산이 이 농지 하나뿐이라면, 배우자공제 최소 5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더해 1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신고가액을 시가에 맞춰 9억원으로 잡아도 상속재산가액(9억원)이 공제 한도(10억원) 안에 들어가므로 상속세는 0원이다. 공시지가 4억원으로 낮춰 신고해도 상속세는 마찬가지로 0원이다. 상속세만 보면 어느 쪽으로 신고하든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농지를 상속받은 지 3년 안에 10억원에 판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9억원으로 신고했던 경우 양도차익은 1억원(10억원-9억원)이고, 3년 미만 보유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없이 기본공제 250만원만 뺀 뒤 기본세율을 적용하면 양도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합쳐 약 2,030만원 선이다. 반면 4억원으로 낮춰 신고했던 경우 양도차익은 6억원(10억원-4억원)으로 커지고,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양도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합쳐 약 2억 3,650만원에 이른다. 상속세는 두 경우 모두 0원으로 같았는데, 신고가액을 낮췄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소득세를 2억원 넘게 더 내는 셈이다.
| 구분 | 공시지가 4억원 신고 | 감정평가 9억원 신고 |
|---|---|---|
| 상속세 신고가액 | 4억원 | 9억원 |
| 상속세 산출세액 | 0원 | 0원 |
| 매도가액(3년 이내) | 10억원 | 10억원 |
| 양도차익 | 6억원 | 1억원 |
|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단순계산) | 약 2억 3,650만원 | 약 2,030만원 |
| 양도소득 과세표준 | 세율 |
|---|---|
| 1,400만원 이하 | 6% |
|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 15% |
|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 24% |
|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 35% |
| 1억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 38% |
|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40%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42% |
| 10억원 초과 | 45% |
위 계산은 보유기간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 필요경비, 지방소득세 산정 방식을 단순화한 예시다. 실제 세액은 보유기간과 다른 상속재산 구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고 전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낮게 신고하는 게 항상 손해는 아니다 — 판단 기준
판단은 상속세가 실제로 나오는지에 달려 있다.
첫째, 상속재산 전체가 일괄공제 5억원이나 배우자공제를 합친 공제 한도 안에 들어가 상속세가 어차피 0원이라면, 낮게 신고할 이유가 없다. 앞의 농지 사례처럼 상속세 부담은 그대로인데 취득가액만 낮아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에 맞춰 신고하는 쪽이 추가 부담 없이 이득이다.
둘째, 상속재산이 공제 한도를 넘어 상속세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지금 내는 상속세 한계세율과 나중에 낼 것으로 예상되는 양도소득세 한계세율을 비교해야 한다. 상속세 과세표준상 한계세율이 20~30% 구간인데 상속받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감정평가를 받아 상속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취득가액을 올려두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나중에 팔 때의 양도소득세 한계세율이 상속세 한계세율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상속받은 부동산을 곧 팔 계획이 없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에 따른 평가기간(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안에 감정평가를 받아두면 그 가액이 시가로 인정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소급감정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 감정평가를 받을지 말지는 상속세 신고기한인 6개월 안에 결정해야 한다.
감정평가로 시가를 인정받으려면 놓치면 안 되는 요건
감정평가를 받았다고 무조건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가 정한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평가기간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이며, 이 기간 안에 있는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가액이라야 시가로 인정된다. 감정가액은 원칙적으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 두 곳의 평균액을 쓰지만, 해당 부동산이 기준시가 10억원 이하라면 감정기관 한 곳의 감정가액만으로도 시가로 인정된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형 부동산에서는 이 예외를 활용하면 감정평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여기에 더해 감정평가 수수료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최대 500만원까지 공제된다.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도 모두 평가기간 안에 있어야 한다. 상속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받은 감정가액은 소급감정으로 취급되어 시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상속세 신고 때 확정된 가액이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때 뒤늦게 더 높은 감정평가를 받아 취득가액으로 바꿔 신고하는 경우다. 이런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는데, 국세청은 상속세 결정 당시 확인된 가액을 그대로 취득가액으로 보고 추가 양도소득세를 고지했다. 취득가액은 상속세 신고기한 안, 평가기간 안에서 정해야 효력이 있고 사후에 임의로 바꿀 수는 없다.
비주거용 부동산을 기준시가로 신고했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국세청은 꼬마빌딩이나 나대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 중 기준시가로 신고된 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감정을 의뢰해 상속세를 다시 계산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낮게 신고해서 상속세를 아꼈다고 여겼는데, 국세청이 재감정을 의뢰해 상속세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상속세 신고가액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결정하는 저울이다.
상속세를 아끼려는 마음에 무조건 낮게 신고하는 습관은 상속공제 범위를 벗어나 상속세가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에만 신중히 따져볼 일이지, 상속세가 0원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손해로 이어지기 쉽다. 신고 전에 상속재산 전체 규모와 공제 한도, 그리고 부동산을 언제쯤 팔 계획인지를 함께 놓고 계산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