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세 신고를 준비하다 보면 몇 년 전 통장 내역까지 뒤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투병 기간이 길었던 부모님 계좌에서 병원비 명목으로 여러 차례 돈을 뺐다면, 그 인출 기록이 상속세 신고서에 그대로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출한 돈 전부가 과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 인출액 중 용도를 소명하지 못한 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뺀 나머지만 상속재산에 더해진다. 이 글은 그 기준금액이 얼마인지, 병원비를 어떻게 소명해야 인정받는지, 소명에 실패하면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실제 계산 예시로 짚는다.
2년 이내 인출액이 재산종류별로 5억원 이상이면 국세청은 용도를 소명하라고 요구한다. 소명하지 못한 금액에서 인출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뺀 나머지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병원비로 실제 썼더라도 인출 시점·금액이 지출 내역과 맞아떨어지는 자료가 없으면 소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출한 돈까지 상속재산에 잡히는 이유 — 추정상속재산의 구조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5조가 상속개시 전에 현금화한 재산을 상속인이 이미 넘겨받은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사망을 앞두고 예금을 인출해 현금으로 쥐고 있다가 상속인에게 넘기면, 상속재산으로 신고하지 않고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 이런 우회를 막으려고 만든 규정이 추정상속재산이다.
적용 방식은 재산 종류별로 따로 계산한다. 현금·예금·유가증권,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기타재산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눠서 각각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 2억원 이상, 2년 이내 5억원 이상 처분하거나 인출한 경우에만 이 규정이 적용된다. 부모님 계좌에서 병원비 명목으로 뺀 돈은 대부분 현금·예금 항목으로 잡히므로, 같은 기간 다른 목적으로 뺀 돈과 합산해서 기준금액을 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 재산 종류 | 1년 이내 기준금액 | 2년 이내 기준금액 |
|---|---|---|
| 현금·예금·유가증권 | 2억원 이상 | 5억원 이상 |
|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 2억원 이상 | 5억원 이상 |
| 기타재산 | 2억원 이상 | 5억원 이상 |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투병 기간이 1~2년 넘게 이어진 경우다. 매달 200만~500만원씩 병원비와 간병비 명목으로 인출하다 보면 2년 누적 인출액이 쉽게 5억원을 넘는다. 상속세 신고서를 심사할 때 국세청은 상속개시일 전 계좌 인출 패턴을 전산으로 걸러내므로, 금액이 크고 시점이 몰려 있을수록 소명 요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출액 전부가 아니라 '초과분'만 과세된다 — 계산 구조
용도를 밝히지 못한 금액 전액이 아니라, 거기서 인출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뺀 나머지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더해진다. 통장에서 나간 돈을 한 푼도 빠짐없이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뜻이다.
2년 동안 부모님 예금 계좌에서 총 6억원을 인출했고, 그중 병원비 카드 결제와 계좌이체로 확인되는 금액이 3억5,000만원이라고 하자. 나머지 2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했지만 어디에 썼는지 증빙이 없다. 이 경우 공제금액은 인출총액 6억원의 20%인 1억2,000만원과 2억원 중 적은 쪽인 1억2,000만원이다. 미소명금액 2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을 빼면 1억3,000만원이 추정상속재산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 구분 | 금액 |
|---|---|
| 2년간 예금 인출 총액 | 6억원 |
| 병원비·카드결제 등 소명 확인액 | 3억5,000만원 |
| 용도불분명(미소명) 금액 | 2억5,000만원 |
| 공제(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 | 1억2,000만원 |
| 추정상속재산 가산액 | 1억3,000만원 |
1억3,000만원이 과세표준에 얹히면 실제 세금 부담은 한계세율 구간에 따라 갈린다. 과세표준이 10억~30억원 구간(세율 40%)에 걸리는 상속이라면 추가 세액은 대략 5,200만원, 5억~10억원 구간(세율 30%)이라면 약 3,900만원이 늘어난다. 같은 미소명 금액이라도 상속재산 규모가 클수록 추가 세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병원비 소명,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인정받나
인출 시점과 금액이 병원 결제 내역과 맞아떨어지는 자료가 있어야 소명으로 인정된다. 실제로 병원비를 냈다는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은 인출 시점과 지출 시점의 간격이다. 부모님 계좌에서 300만원을 인출해 한 달 뒤 병원비로 냈다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6개월~1년 뒤에야 지출 내역이 확인되면 국세청은 그 사이 다른 용도로 썼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또 하나는 간병인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급한 비용이다. 통장에는 '출금' 기록만 남고 받는 사람 쪽 증빙이 없어서, 계좌이체로 결제한 병원비보다 소명이 훨씬 까다롭다.
간병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면 간병인과 작성한 계약서, 지급 확인서나 서명 영수증, 정기적으로 같은 금액이 나간 이체 내역처럼 간접 자료라도 여러 개를 겹쳐서 제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자료 하나로는 부족해도 시점과 금액이 반복해서 맞아떨어지면 조사관도 실제 지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먼저 병원비를 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부모님 계좌에서 같은 금액을 돌려받았다면, 그 이체는 병원비 정산이지 증여가 아니다. 하지만 인출액이 실제 지출한 병원비보다 많으면 초과분은 사전증여로 잡힐 수 있으므로 금액을 딱 맞춰 정산해야 한다.
그래도 소명이 안 되면 — 가산세까지 고려한 대응 판단
상속세 신고 때 미리 반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세무조사에서 적발됐을 때 가산세까지 얹어 물게 된다.
조세심판원은 2023년 한 결정(조심2021서6837)에서 상속개시 전 2년 이내 인출액의 사용처를 끝내 밝히지 못한 부분을 추정상속재산으로 본 과세관청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반대로 같은 해 다른 결정(조심2022서8054)에서는 인출액 대부분이 병원비와 생활비로 쓰였다는 소명이 받아들여져 추가 과세를 하지 않았다. 두 결정의 차이는 결국 소명자료의 구체성에 있었다.
소명이 불확실하다면 두 갈래로 판단하면 된다. 첫째,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안에 미소명 인출액을 스스로 찾아내 과세가액에 반영해 신고하면 가산세가 붙지 않는다. 둘째, 신고를 마친 뒤 세무조사에서 적발되면 과소신고가산세 10%(부정한 방법이면 40%)에 더해 납부지연가산세가 하루 10만분의 22, 연 8.03% 수준으로 계속 쌓인다. 소명이 애매한 인출액이 있다면 조사를 기다리기보다 신고 단계에서 먼저 정리하는 쪽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 구분 | 가산세율 |
|---|---|
| 무신고(일반) | 20% |
| 무신고(부정) | 40% |
| 과소신고(일반) | 10% |
| 과소신고(부정) | 40% |
| 납부지연가산세 | 1일 10만분의 22(연 약 8.03%) |
병원비로 썼다는 기억이 아니라, 인출 시점·금액과 맞아떨어지는 자료가 있어야 상속세에서 빠진다.
부모님 병원비로 뺀 돈이 상속세에 걸리는지는 결국 통장에 남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문제다. 인출한 시점과 지출한 시점, 금액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자료를 상속세 신고 전에 미리 정리해 두면, 소명 실패로 인한 추가 세금과 가산세를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