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고지서를 받아 들고 나서야 현금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깨닫는 상속인이 많다. 상속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이면 세액을 현금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검토하는 제도가 물납이다. 다만 물납은 신청한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제도가 아니다. 재산 구성 비율, 세액 규모, 금융재산 잔액까지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고, 비상장주식은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만 인정된다.
이 글은 어떤 재산이 어떤 순서로 물납 대상이 되는지,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할 수 있는 한도는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 과정과 함께 정리한다.
물납은 부동산·상장주식이 우선이고 비상장주식은 다른 재산으로 세액을 채우고도 부족할 때만 인정되는 최후 수단이다. 요건을 충족해도 비상장주식 물납 한도는 별도 공식으로 계산되며, 예상보다 훨씬 작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납을 신청할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은 무엇인가
물납은 아무 상속재산으로나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는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한 경우에만 세무서장이 물납을 허가하도록 정한다.
첫째, 사전증여재산을 포함한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해야 한다. 여기서 유가증권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유가증권을 뜻하며, 비상장주식은 이 비율 계산에서 제외된다. 상속재산의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인 경우, 회사 지분이 많으니 물납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 요건부터 충족하지 못해 신청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나온다.
둘째,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소액 상속세는 물납 대상이 아니라 현금 납부나 분납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셋째,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의 가액(금융채무를 차감한 금액)을 초과해야 한다. 예금이나 보험금으로 세액을 낼 수 있다면 물납을 허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물납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신청서를 쓰기 전에 상속재산 명세를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먼저 걸러보는 것이 순서다.
비상장주식 비중이 큰 상속일수록 오히려 재산 구성 요건(2분의 1 초과)을 충족하지 못해 물납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신청 전 재산 구성 비율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물납 가능한 재산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 비상장주식이 후순위인 이유
물납은 상속인이 원하는 재산을 골라서 낼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시행령은 물납에 충당할 재산의 순서를 정해 두었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순서를 건너뛸 수 없다.
이 순서가 비상장주식을 뒤쪽에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 입장에서 물납으로 받은 재산은 결국 매각해서 세수로 회수해야 하는데, 비상장주식은 시장에서 사줄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가치 평가 자체도 다툼의 여지가 많다. 그래서 2016년 이후에는 다른 상속재산이 없거나, 국채·공채와 상장유가증권, 부동산으로 충당해도 세액이 부족한 경우에만 비상장주식을 물납 재산으로 인정하도록 요건이 강화됐다.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과 그 부수토지는 비상장주식보다도 뒤에 있다. 실거주 주택을 마지막까지 남겨두겠다는 취지이지만, 뒤집어 보면 다른 재산이 전혀 없어 이 주택까지 물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상속인의 자산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순위 | 물납 충당 재산 | 비고 |
|---|---|---|
| 1 | 국채·공채 | 처분이 쉬운 채권부터 우선 |
| 2 | 한국거래소 상장 유가증권 | 처분 제한이 있는 경우 제외 |
| 3 | 국내 소재 부동산 | 거주주택 및 부수토지는 제외 |
| 4 | 비상장주식등 | 앞 순위 재산으로 세액 충당이 부족한 경우만 |
| 5 |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 및 부수토지 | 최후순위, 실거주 보호 취지 |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할 수 있는 금액은 어떻게 계산하나
비상장주식은 요건을 충족해도 세액 전부를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시행령은 비상장주식등으로 물납할 수 있는 납부세액의 한도를 별도 공식으로 계산하도록 정한다.
한도 = 상속세 납부세액 − (상속세 과세가액 − 비상장주식등의 가액 −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 및 그 부수토지의 가액)
이 공식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받는 지점은, 괄호 안에서 빼는 값이 '현금성 자산'이 아니라 '비상장주식과 거주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 전부'라는 점이다. 상장주식이든 다른 부동산이든 예금이든, 비상장주식·거주주택이 아닌 재산은 전부 먼저 세금을 내는 데 써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고도 남는 부족분만 비상장주식으로 인정하는 구조다.
가상의 사례로 계산해 보면 이렇다. 상속재산 과세가액이 50억원이고, 그중 비상장주식(가업 관련 지분) 19억원,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과 부수토지 20억원, 별도 보유 부동산 5억원, 상장주식 1억원, 예금 등 금융재산 5억원으로 구성됐다고 가정한다. 산출된 상속세 납부세액은 12억원이다.
먼저 요건을 확인하면, 부동산과 상장유가증권의 합계(거주주택 20억+별도 부동산 5억+상장주식 1억=26억원)가 전체 50억원의 52%로 2분의 1을 넘고, 납부세액 12억원은 2천만원을 넘으며, 금융재산 5억원보다도 크다.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 물납 신청 자체는 가능하다.
비상장주식 물납 한도를 계산하면 12억 − (50억 − 19억 − 20억) = 12억 − 11억 = 1억원이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세액에서 예금만 빼면 7억원쯤은 비상장주식으로 낼 수 있겠다고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 인정되는 한도는 1억원에 불과하다. 별도 부동산 5억원과 상장주식 1억원이 먼저 소진돼야 하는 재산으로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상장주식 1억원과 별도 부동산 5억원, 비상장주식 1억원을 합친 7억원까지 물납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5억원은 보유 예금으로 납부해야 세액 12억원이 맞아떨어진다.
| 항목 | 금액 | 비고 |
|---|---|---|
| 상속재산 과세가액 | 50억원 | 예시 기준 |
| 비상장주식 가액 | 19억원 | 가업 관련 지분 |
| 거주주택 및 부수토지 | 20억원 | 최후순위 재산 |
| 별도 부동산 | 5억원 | 3순위 물납 대상 |
| 상장주식 | 1억원 | 2순위 물납 대상 |
| 금융재산(예금) | 5억원 | 현금 납부 재원 |
| 상속세 납부세액 | 12억원 | 산출세액 |
| 비상장주식 물납 한도 | 1억원 | 12억−(50억−19억−20억) |
부동산과 비상장주식, 언제 어느 쪽으로 물납해야 유리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앞서 본 순서와 한도 공식이 이미 답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상속인이 할 수 있는 건 어느 재산을 남겨야 세부담과 유동성 모두에 유리한가를 판단하는 것뿐이다.
실무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제조업을 30년 넘게 운영하다 대표가 사망하면서 비상장주식 지분이 상속재산의 70~80%를 차지하는 경우다. 이런 상속에서는 십중팔구 부동산과 상장유가증권의 합계가 2분의 1을 넘지 못해 물납 요건의 첫 단추부터 걸린다. 상속인들은 회사 지분이 많으니 그걸로 세금을 내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정작 지분 비중이 너무 커서 물납 신청 자체가 막히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 경우 남은 선택지는 연부연납으로 기간을 늘리거나, 배당을 받아 현금을 마련하거나, 지분 일부를 사전에 정리하는 것뿐이다.
반대로 부동산 비중이 높은 상속은 사정이 다르다. 별도 부동산이 있다면 거주주택보다 먼저 물납 순위에 오르므로, 상속인이 실거주 중인 집을 지키면서도 세액을 맞출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물납 재산으로 잡힌 부동산은 상속개시일 현재가액으로 평가되므로, 향후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이라면 물납보다 담보 제공 후 연부연납으로 세금을 나눠 내고 부동산은 보유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비상장주식 비중이 전체 상속재산의 절반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면 물납보다 연부연납과 사전 지분 정리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부동산·상장주식 비중이 높고 향후 처분 계획이 없는 자산이라면 물납으로 세액을 정리하는 편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낫다. 이 경계는 재산 구성표를 만들어 요건 공식에 직접 대입해봐야 나온다.
물납은 신청 자격이 아니라 계산 결과로 정해진다.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신청했다가 요건 미충족이나 한도 부족으로 결국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속재산 구성을 요건 공식에 미리 대입해 보는 절차가, 신고기한이 임박해서 물납 신청서부터 쓰는 것보다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