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남긴 재산의 일부를 재단이나 학교, 복지시설에 내놓고 싶어 하는 상속인들을 상담에서 자주 만난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상속세가 정확히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이 서지 않아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세 신고기한 안에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통째로 빠진다. 과세표준이 20억원 구간이라면 10억원을 출연했을 때 상속세가 4억원 가까이 줄어드는 계산도 나온다. 다만 출연 시점과 대상, 출연 이후 3년간의 사후관리를 지키지 못하면 이 혜택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 된다.
① 상속세 신고기한(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출연을 마쳐야 한다. ② 주식으로 출연할 때는 발행주식총수의 5%(요건에 따라 10%·20%)를 넘기면 초과분이 다시 과세된다. ③ 출연받은 공익법인은 3년 안에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써야 한다.
출연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빠지는 이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는 공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쓴다. 상속인이나 피상속인이 신고기한까지 종교·자선·학술 등 공익성이 인정되는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등에 재산을 출연하면, 그 재산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을 계산할 때 아예 합산하지 않는다. 배우자공제나 일괄공제처럼 과세표준을 낮추는 공제 항목이 아니라 상속재산 자체를 줄여버리는 구조라서 절세 효과가 더 직접적이다.
공익법인등은 법에서 나열한 종교, 자선, 학술, 장학, 사회복지, 의료 등의 사업을 하는 법인·단체를 뜻한다. 상속인이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단체라도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취지가 선하더라도 불산입 대상이 아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이렇다. 상속재산이 20억원대인 상속인이 부모의 뜻을 이어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어 여러 기관을 알아보다가, 정작 신고기한인 6개월을 넘겨버리는 경우다. 법인 설립 자체가 지연되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기한을 넘긴 출연은 과세가액에 다시 합산된다. 재단 설립을 검토한다면 신고기한과 별개로 움직여야 한다.
상속세 신고기한(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 전원이 비거주자인 경우 9개월) 안에 출연을 마치지 못하면 과세가액 불산입 자체를 받을 수 없다. 기한 연장은 공익법인 설립이 지연되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출연 여부로 상속세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이 올라갈수록 세율이 껑충 뛰는 초과누진 구조다. 그래서 출연으로 줄어드는 재산이 어느 구간에 있었느냐에 따라 절세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액 |
|---|---|---|
| 1억원 이하 | 10% | 없음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7,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7,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7,000만원 |
과세표준이 20억원으로 산정된 사례를 가정해 보자. 출연을 하지 않으면 20억원 전액이 40% 구간(누진공제 1억7,000만원)에 걸려 산출세액은 6억3,000만원이다. 이 중 10억원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과세표준은 10억원으로 낮아지고, 적용 구간도 30%(누진공제 7,000만원)로 내려가 산출세액은 2억3,000만원이 된다. 같은 재산인데 세액 차이는 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신고기한 안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가 추가로 공제되므로 실제 부담은 이보다 조금 더 낮아진다.
| 구분 | 출연 없음 | 10억원 출연 |
|---|---|---|
| 과세표준 | 20억원 | 10억원 |
| 적용세율 구간 | 40% | 30% |
| 산출세액 계산 | 20억×40%-1억7,000만 | 10억×30%-7,000만 |
| 산출세액 | 6억3,000만원 | 2억3,000만원 |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과세표준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순간 세율이 30%에서 40%로 올라간다. 그 초과 구간에 걸린 재산을 출연할수록 절세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반대로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 구간에 머물러 있다면 세율 자체가 10%에 불과해 출연으로 얻는 절세 효과도 그만큼 작다. 출연 규모를 정할 때는 전체 재산이 아니라 어느 세율 구간에 걸린 부분을 덜어내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주식으로 출연할 때는 한도가 다르다
현금이나 부동산과 달리 주식은 출연할 수 있는 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동일한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5%까지만 출연해도 과세가액에서 빠진다. 이 한도를 넘긴 부분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산입된다.
한도는 공익법인의 성격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기본 한도는 5%다. 둘째, 회계감사를 받고 전용계좌를 개설하는 등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면 10%까지 확대된다. 셋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선·장학·사회복지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은 20%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 구분 | 보유한도 | 적용 요건 |
|---|---|---|
| 기본 | 5% | 별도 요건 없음 |
| 성실공익법인 | 10% | 회계감사·전용계좌 개설 등 요건 충족 |
| 특례 | 20% | 의결권 미행사 + 자선·장학·사회복지 목적 |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은 경영권이다. 계열사 주식을 재단에 출연하면서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시도는 국세청이 특히 눈여겨보는 지점이다. 출연자나 그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넘으면, 한도 안에서 출연했더라도 사후관리 위반으로 세금이 되돌아올 수 있다. 비상장 중견기업 오너가 상속세 재원 마련이 어려워 계열사 주식 8%를 출연했다가 5% 초과분에 대해 과세된 유형이 대표적이다.
출연 후 3년, 이 조건을 놓치면 세금이 다시 붙는다
과세가액에서 빠졌다고 끝이 아니다. 출연받은 공익법인은 그 재산을 3년 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전부 사용해야 한다. 이 조건을 놓치면 상속인이 아니라 공익법인에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결국 출연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3년이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3년이 경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매긴다. 그보다 앞서 1년·2년 차에 사용 실적이 기준에 못 미치면 미달사용액의 10%가 가산세로 먼저 부과된다는 점도 놓치기 쉽다.
출연받은 재산을 정기예금 등으로 보유만 하는 것은 직접 공익목적사업 사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3년이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는 증여세가 그대로 부과된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는 세 단계로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공익법인 출연은 상속세를 깎는 방법이 아니라, 애초에 과세 대상에서 빼는 방법이다. 신고기한과 사후관리를 지키지 못하면 그 효과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
출연 규모와 대상 법인의 선정, 주식 한도 계산은 상속재산 구성과 상속인 수에 따라 달라진다. 신고기한을 넘긴 출연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