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을 설립할 때 특별한 이유 없이, 혹은 그 시절 관행처럼 직원 몇 명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나눠 놓은 대표이사가 적지 않습니다. 회사가 자리를 잡고 그 직원이 퇴사할 시점이 되면 "그때 그 주식, 이제 내 이름으로 돌려놔야 하는데 증여세가 얼마나 나올까"라는 질문이 뒤늦게 따라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인이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설립됐고 몇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국세청의 간소화된 확인 절차로 증여세 없이 명의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대다수 법인,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설립된 곳은 이 간소화 제도를 아예 이용할 수 없고, 정식 절차로 실제소유자임을 직접 입증해야 하며 입증에 실패하면 오히려 명의신탁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소급 과세될 위험을 안게 됩니다.
이 글은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가 정확히 어떤 요건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때 실무적으로 어떤 절차와 리스크가 남는지를 정리합니다.
명의신탁주식을 증여세 없이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얼마나 오래 전에 나눠놨는가'가 아니라 '법인이 언제 설립됐는가'로 갈립니다. 2001년 7월 23일이 그 기준선입니다.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 왜 생겼나
1996년 9월 30일 이전에는 법인을 설립하려면 발기인이 7인 이상 있어야 했고, 이후 2001년 7월 22일까지는 3인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는 대표이사 한 사람이 자본금 전액을 부담하면서도 서류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직원, 친인척, 지인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나눠 놓는 일이 흔했습니다. 2001년 7월 23일 상법 개정으로 1인 회사 설립이 허용되면서 이 요건 자체가 사라졌지만, 이미 만들어진 명의신탁 관계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국세청은 이런 부득이한 사정으로 생긴 명의신탁을 세무조사 없이 정리할 수 있도록 2014년 6월 23일부터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관할 세무서에 실제소유자 확인신청서와 증빙서류를 내면, 정식 세무조사 대신 국세청이 보유한 자료와 제출 서류를 검토해 실제소유자를 확인해주고, 확인이 되면 증여세 문제없이 명의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해당할까 —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실소유자 확인제도는 아무 명의신탁 주식에나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요구하는 요건은 세 가지이고,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간소화 절차 자체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첫째, 주식을 발행한 법인이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설립되었고, 명의를 되돌리는 시점(실명전환일)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가 정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해야 합니다. 둘째, 실제소유자와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수탁자) 모두가 법인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어야 합니다. 회사를 만든 뒤 지분 정리 차원에서 나중에 직원 이름을 빌린 경우는 해당하지 않고, 설립 시점부터 발기인으로 등재된 명의신탁만 대상입니다. 셋째, 실제소유자별·발행법인별로 명의를 되돌리는 주식가액의 합계가 30억 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실무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이나 2010년에 설립된 제조업·도소매업 법인의 대표이사가 "그때는 다들 이렇게 했다"는 이유로 직원 두세 명 이름을 빌려 지분을 나눠 놓은 경우입니다. 설립일이 이미 2001년 7월 23일을 넘겼기 때문에, 이런 법인은 처음부터 간소화 제도의 대상이 아닙니다. 상법상 발기인 요건과 무관하게 나눠 놓은 주식이라는 뜻이니까요. "명의신탁이니까 실소유자 확인제도로 정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세무서 창구에서 신청 자체가 반려되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 구분 | 2001.7.23 이전 설립 | 2001.7.23 이후 설립 |
|---|---|---|
| 간소화 제도 이용 | 요건 충족 시 가능 | 원칙적으로 불가 |
| 증여세 없이 환원하는 근거 | 국세청 확인절차로 실소유자 인정 |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정식 입증 필요 |
| 입증에 실패한 경우 | 해당 없음(확인제도 통과 시) |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 위험 |
| 환원 주식가액 한도 | 실제소유자·법인별 30억 원 미만 | 한도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음 |
요건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되나 — 정식 절차와 증여의제 리스크
간소화 제도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명의를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세청의 간이 확인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 주식이 실질적으로 대표이사 소유였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하는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주금을 실제로 누가 납입했는지 보여주는 자금 흐름, 배당금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누가 행사해왔는지 같은 자료가 근거가 됩니다.
문제는 입증에 실패했을 때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는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재산에 대해, 명의자 앞으로 등기·등록·명의개서를 한 날 그 재산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이를 명의신탁 증여의제라고 부릅니다. 실명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 명의자 앞으로 남겨둔 경우에는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명의자 쪽에서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조항이 무서운 지점은 과세 시점입니다. 지금 명의를 되돌리는 시점이 아니라, 애초에 직원 이름으로 주식을 등재했던 그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계산됩니다. 그 시점에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국세기본법상 15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어, 설립한 지 10년이 넘은 법인이라도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실제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설립 당시 액면가 기준 5,000만 원어치였던 주식이 지금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법(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의 가중평균)으로 8억 원의 가치를 갖게 됐다고 가정하면, 대표이사와 직원은 특수관계 없는 타인이므로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과세표준 8억 원은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구간에 해당해 세율 30%, 누진공제액 6,000만 원이 적용되므로 산출세액은 8억 원 × 30% − 6,000만 원 = 1억 8,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무신고가산세 20%(3,600만 원)와 하루 0.022%씩 쌓이는 납부지연가산세까지 더해지면, 실제 부담은 2억 원을 훌쩍 넘깁니다.
| 항목 | 금액·세율 | 비고 |
|---|---|---|
| 주식 평가액(과세표준) | 8억 원 |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법 |
| 증여재산공제 | 0원 | 대표이사·직원은 타인 간 관계 |
| 세율 구간 | 30% |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
| 산출세액 | 1억 8,000만 원 | 8억 원 × 30% − 누진공제 6,000만 원 |
| 무신고가산세 | 3,600만 원 | 산출세액의 20% |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지금 명의를 되돌리는 시점이 아니라 애초에 명의를 빌렸던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됩니다. 그 시점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15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어 설립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과세 위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
판단 순서는 명확합니다. 법인 설립일이 2001년 7월 23일 이전인지부터 확인하고, 그렇다면 설립 당시 발기인 명부와 조특법상 중소기업 해당 여부, 환원 대상 주식가액 합계(30억 원 미만)를 순서대로 점검해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봅니다. 이 조건에 맞으면 실제소유자 확인신청서, 중소기업 등 기준검토표, 발행법인이 발급하는 명의개서 확인서를 갖춰 관할 세무서에 신청하면 됩니다.
설립일이 2001년 7월 23일 이후이거나 발기인 요건이 맞지 않는다면 간소화 제도는 선택지에서 빠집니다. 이 경우에는 주금 납입 자금의 흐름, 배당소득 원천징수 및 실제 귀속 내역, 주주총회 의사록상 의결권 행사 기록부터 지금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모아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자료는 사라지고, 정식 절차에서 실제소유자임을 입증할 근거도 함께 약해집니다. 환원 대상 주식가액이 30억 원을 넘는 경우도 간소화 제도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지분가치가 큰 법인이라면 비상장주식 평가부터 먼저 해보고 절차를 설계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명의신탁주식 환원의 증여세 여부를 가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법인의 설립일입니다.
직원 명의로 나눠 놓은 주식을 정리하려는 대표이사라면, 신청서를 쓰기 전에 설립일과 세 가지 요건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안택스는 비상장주식 평가와 명의신탁 정리 실무를 함께 검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