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앞두고 상담을 신청하는 자산가 중 상당수는 국내주식 지분율표부터 꺼내 들고 자신이 대주주인지를 확인한다. 해외 증권사 계좌에 담긴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해외주식은 지금까지 국외전출세와 아예 무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제가 바뀌었다. 2025년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소득세법과 후속 시행령에 따라, 2027년 1월 1일 이후 출국하는 거주자부터는 보유한 해외주식의 출국일 기준 평가액 합계가 5억원을 넘으면 대주주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국외전출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민을 준비 중이라면 국내주식 지분율표는 잠시 접어두고 해외 계좌 잔고부터 다시 계산하는 것이 순서다. 거주요건을 확인하고, 납부유예를 신청할지 자산 구조를 미리 손볼지는 그다음 문제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를 계산해야 하며, 실무에서 어떤 지점을 놓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짚어본다.
2027년부터 해외주식에는 대주주 요건이 없다 — 소액 다수 종목이라도 합산 평가액이 5억원을 넘으면 대상이다. 출국일 기준 평가차익에 최고 25%가 과세되지만, 담보를 제공하면 실제 매도 시점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
국외전출세란 무엇이고, 2027년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국외전출세는 대주주가 해외로 이주하면서 주식을 실제로 팔지 않았는데도, 출국일 기준 평가차익을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제도다(소득세법 제118조의9). 도입 취지는 단순하다. 국내에서 오른 주식을 팔지 않고 출국한 뒤 양도세 부담이 없는 나라에서 처분해 세금을 피하는 경로를 막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이 제도가 국내주식에만 적용됐고, 대상도 좁았다. 출국일 직전 10년 중 국내 거소를 5년 이상 둔 거주자로서, 상장주식은 지분율 1%(코스닥 2%)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 비상장주식은 지분율 4% 또는 10억원(벤처기업은 4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만 신고 의무를 졌다.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소득세법과 시행령(소득세법 시행령 제178조의8 제2항)은 이 틀에 해외주식을 새로 끼워 넣었다. 2027년 1월 1일 이후 출국하는 거주자부터는 보유한 해외주식의 출국일 기준 평가액 합계가 5억원을 넘으면, 지분율이나 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국외전출세 신고 대상이 된다. 신고·납부 절차 자체는 국내주식과 같다 — 출국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판정 기준이 어떻게 다른가
두 제도의 결정적 차이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를 보는 방식이다. 국내주식은 회사에 대한 지배력, 즉 지분율이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주주인지를 먼저 가린다. 해외주식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여러 종목을 아주 적은 비율로 나눠 보유하고 있어도, 전부 합친 평가액이 5억원을 넘으면 대상이 된다. 종목 수가 많고 지분율이 낮은 분산투자자일수록 국내주식 기준에서는 안전지대였던 사람이 해외주식 기준에서는 새로 걸리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
| 구분 | 국내주식 (현행) | 해외주식 (2027.1.1 출국자부터) |
|---|---|---|
| 판정 기준 | 지분율 또는 시가총액(대주주 요건) | 보유 평가액 합계 5억원 초과 여부 |
| 상장주식 | 코스피 1%・코스닥 2%, 시가총액 50억원 이상 | 국가・시장 불문, 잔고 합산으로 판정 |
| 비상장주식 | 지분율 4% 또는 10억원(벤처 40억원) 이상 | 비상장 해외주식도 동일하게 합산 대상 |
| 대주주 요건 | 충족해야 과세대상 | 요건 없음 — 소액 분산 보유자도 해당 가능 |
| 시행 시기 | 현행 유지 | 2027년 1월 1일 이후 출국자부터 |
이민을 준비 중이라면 무엇을, 어떤 순서로 점검해야 하나
점검 순서를 바꾸면 손해를 본다. 세 단계를 거꾸로 밟거나 건너뛰면 출국 직전에야 과세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첫째, 보유한 해외주식을 종목별이 아니라 계좌 전체로 합산해 평가액을 계산한다. 미국 증권사 계좌,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계좌, 해외 현지법인 스톡옵션까지 전부 더한다. 환율도 출국일 기준으로 다시 환산해야 한다 — 원화 기준 5억원은 환율에 따라 수천만원 단위로 움직인다.
둘째, 거주요건을 다시 확인한다. 5억원을 넘더라도 출국일 직전 10년 중 국내 거소 기간이 5년에 못 미치면 애초에 국외전출세 대상이 아니다. 해외 근무가 잦았던 주재원 출신이라면 이 요건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셋째, 납부유예를 신청할지 배우자 증여로 잔고를 나눌지를 미리 설계한다. 담보를 제공하고 납세관리인을 두면 출국 후 실제로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고, 5년 안에 국내 거주자 신분을 회복하면 유예된 세액은 취소된다. 배우자에게 6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부부 각자 명의로 잔고를 나누면 개인별 5억원 기준을 밑돌게 설계할 여지도 있다. 다만 증여 후 일정 기간 내 재양도하면 이월과세가 적용될 수 있어, 이 설계는 출국일을 역산해 최소 몇 개월 전부터 순서를 짜야 한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과 실제 계산
실제 상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유형은 '나는 대주주가 아니라서 해당 없다'고 지레 판단한 경우다. 국내 IT기업에 다니다 미국 이민을 준비 중인 40대 실무자 사례를 보자. 국내 비상장주식은 지분율 2%, 평가액 8억원으로 대주주 요건(4% 또는 10억원)에 못 미쳐 국외전출세와 무관했다. 그런데 해외 증권 계좌에 테슬라・엔비디아・애플을 나눠 담은 평가액 합계가 6억원이었다. 지금까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이 6억원이, 2027년 이후 출국이라면 그대로 과세표준의 기초가 된다. 국내주식 대주주 요건과 해외주식 5억원 기준은 합산하지 않고 각각 별도로 판단한다는 점도 놓치기 쉽다. 국내주식으로는 대주주가 아니어도 해외주식만으로 5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숫자로 계산해보면 체감이 다르다. 출국일 기준 해외주식 평가액이 8억원, 취득가액이 3억원이라면 양도차익, 즉 과세표준은 5억원이다.
| 구분 | 금액 |
|---|---|
| 출국일 기준 해외주식 평가액(시가) | 8억원 |
| 취득가액 | 3억원 |
| 양도차익(과세표준) | 5억원 |
| 산출세액 (3억원 × 20%) | 6,000만원 |
| 산출세액 (초과 2억원 × 25%) | 5,000만원 |
| 국외전출세 합계 | 1억 1,000만원 |
| 지방소득세(10%) | 1,100만원 |
| 총 납부세액(유예 신청 가능) | 1억 2,100만원 |
3억원까지는 20%, 나머지 2억원에는 25%가 적용돼 산출세액은 1억1,000만원이고,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총부담은 1억2,100만원이다. 이 세액은 신고만 하고 담보를 제공하면 실제 매도 시점까지 유예된다 — 당장 현금이 나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5억원 기준은 완만한 구간이 아니라 문턱이다. 평가액이 4억9,000만원이면 세금이 0원이고 5억1,000만원이면 1,000만원 넘는 세금이 즉시 발생한다 — 가치 차이는 200만원인데 세부담 차이는 그 몇 배로 벌어진다. 출국 직전 재평가를 건너뛰면 이 문턱을 넘었는지조차 모른 채 출국하게 된다.
실무에서 더 위험한 함정은 분산 보유한 여러 소액 종목을 '개별로는 기준 미달'이라고 오판해 합산을 누락하는 경우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 국제조세 정보교환(CRS) 등을 통해 국외 계좌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출국 후 뒤늦게 무신고가 확인되면 본세에 가산세까지 얹힌다.
해외주식 국외전출세는 얼마나 가졌나가 아니라 얼마를 합쳤나로 판가름 난다.
출국일을 정하기 전에 해외 계좌 잔고부터 다시 세어보는 것이 순서다. 5억원 기준은 시가와 환율에 따라 출국 직전까지 흔들리므로, 이민 절차를 밟는 동안 최소 한 번은 재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