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10년 넘게 모시고 병간호까지 했던 자녀가, 상속이 개시되자마자 형제로부터 유류분 반환 소송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부양이나 가업에 쏟은 시간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요.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이 질문에 처음으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기여분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도록 해, 부양이나 가업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재산을 유류분 계산에서 일정 부분 제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기여의 종류와 입증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6년 개정 민법은 기여에 상응하는 증여재산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합니다. 재산적 기여는 입증만 명확하면 상당 부분 인정되지만, 간병·동거 같은 비재산적 기여는 통상 전체 재산의 5~30% 수준에서만 인정되는 경향입니다.
기여분이 유류분 반환액을 줄일 수 있게 된 이유
2025년까지 유류분 제도에서 기여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습니다. 민법 제1118조가 유류분에 준용할 규정을 나열하면서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를 빼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부모를 평생 모신 자녀가 생전에 받은 증여도, 부모를 찾지 않은 형제가 받은 증여와 똑같이 특별수익으로 취급돼 유류분 계산에 그대로 합산됐습니다. 기여의 크기는 상속분을 정할 때만 고려됐을 뿐, 유류분 단계에서는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헌가4 등 결정(2024. 4. 25.)에서 이 부분이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곧바로 위헌으로 선언해 법의 공백을 만들지 않고,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국회가 법을 고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같은 결정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제1112조 제4호)은 단순위헌으로, 유류분 상실사유를 두지 않은 부분도 헌법불합치로 함께 정리됐습니다.
국회는 2026년 2월 12일 개정안을 의결했고, 법률 제21454호로 공포와 동시인 2026년 3월 17일 시행됐습니다. 이 시행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기여에 상응하는 증여·유증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빠집니다.
개정 전과 후, 유류분 계산 기초재산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유류분 비율을 곱한 뒤 이미 받은 재산을 빼서 구합니다. 기초재산은 상속개시 당시 남은 재산에 상속인에게 준 생전 증여(특별수익)를 더하고 채무를 뺀 금액입니다. 개정 전에는 이 기초재산에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까지 예외 없이 합산됐습니다. 개정 후에는 그 증여 중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만큼을 기초재산 계산에서 제외합니다.
| 구분 | 개정 전 (~2026.3.16 이전 개시) | 개정 후 (2026.3.17 이후 개시) |
|---|---|---|
| 기여분의 유류분 반영 | 반영 안 됨 (제1118조 미준용) | 기여상응분 특별수익 제외 (제1008조 단서) |
| 형제자매 유류분 | 법정상속분의 1/3 인정 | 폐지 (청구권 자체 없음) |
| 반환 방식 | 원물반환 원칙, 가액반환 예외적 | 가액(금전)반환 원칙 |
| 유류분상실사유 | 명문 규정 없음 | 부양의무 위반 등 상속권 상실선고 시 유류분도 상실 |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가 — 기여분 인정 범위와 계산
기여분이 유류분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기여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첫째, 재산적 기여입니다. 자금을 대거나 부동산을 직접 취득해준 경우처럼 금액이 명확한 기여는 계좌이체 내역, 등기 원인 등 입증 자료만 갖추면 받은 증여 전액에 가깝게 특별수익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둘째, 비재산적 기여입니다. 장기간 동거하며 간병하거나 생활비를 대준 경우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워 법원 재량의 폭이 큽니다. 지금까지 나온 실무 경향을 보면 전체 상속재산의 5~30% 수준에서 기여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를 모셨다는 사정만으로 증여재산 전부가 유류분 계산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그 기여가 통상적인 부양 수준을 얼마나 넘어서는지에 비례해 일부만 빠지는 구조입니다.
셋째, 기여의 가치를 넘는 증여는 다시 산입됩니다. 실제 기여 가치가 1억원인데 3억원을 증여받았다면, 초과하는 2억원은 여전히 특별수익으로 유류분 계산에 들어갑니다. 개정법이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유형으로 계산해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상속인이 자녀 3명이고, 그중 장남이 10년간 부모와 동거하며 간병했습니다. 부모는 생전에 장남에게 4억원을 증여했고, 사망 당시 남은 재산은 8억원이었습니다.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은 잔존재산 8억원에 증여 4억원을 더한 12억원입니다. 법원이 장남의 부양 기여를 전체 재산의 30% 수준인 1억 2천만원 상당으로 인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구분 | 개정 전 | 개정 후 |
|---|---|---|
|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 12억원 | 10억 8천만원 |
| 자녀 1인당 유류분 (법정상속분 1/3 × 유류분비율 1/2) | 2억원 | 1억 8천만원 |
| 장남의 총 반환 부담 (차남+딸 합산) | 4억원 | 3억 6천만원 |
| 감소액 | - | 4천만원 (약 10%) |
이 계산은 법원이 기여를 30%로 인정했을 때를 가정한 예시입니다. 인정 비율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실제 반환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여분 항변,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 안전한가
기여분 항변이 통하려면 네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먼저 통상의 부양 수준을 명백히 넘는 특별한 부양·기여여야 합니다. 함께 살며 생활비를 나눠 낸 정도로는 부족하고, 다른 형제와 비교해 부양의 정도·기간이 뚜렷하게 컸다는 사정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받은 증여가 그 기여의 대가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시기상 아무 관련 없이 받은 증여까지 기여분으로 포섭되지는 않으므로, 기여가 있었던 시점과 증여 시점·액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기여의 가치와 균형을 이루는 범위까지만 인정되고, 초과분은 다시 특별수익에 산입됩니다. 마지막으로 간병 기록, 병원 동행 내역, 생활비 이체 내역, 가업 관련이라면 근무 확인서나 급여 대비 실제 기여도를 보여주는 자료 같은 객관적 입증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기억에 의존한 진술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이 있습니다. 가정법원에 기여분을 인정받은 적이 없어도 유류분 소송 안에서 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반대로 유류분 소송에서 진 뒤에 뒤늦게 가정법원에 기여분 심판을 청구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의 변론종결 전에 같은 소송 안에서 주장해야 하고, 별도 절차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주장 기회를 놓칩니다.
상속이 이미 2024년이나 2025년에 개시됐다면 어떨까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전 조문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개시된 상속에 기여분 항변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기여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남겨뒀는지가 반환액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부모를 부양했거나 가업에 힘을 보탠 자녀에게 2026년 개정 민법은 처음으로 그 시간에 값을 매길 근거를 줬습니다. 다만 그 값은 자동으로 매겨지지 않습니다. 증여를 받은 시점부터 관련 자료를 챙겨두는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의 반환 부담은, 같은 사정을 겪었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