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한 배우자가 데려온 자녀와 한 집에서 수년을 함께 살아도,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계자녀는 원칙적으로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계자녀는 상속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상속인으로 만들려면 입양이라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담 현장에서는 "혼인신고만 하면 자녀 관계도 자동으로 생기는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글은 계자녀에게 재산을 남기는 두 가지 경로 — 입양과 유증 — 이 상속권·세금·유류분에서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2026년 기준으로 정리한다.
계자녀는 입양하지 않는 한 법정상속인이 될 수 없다. 유언(유증)으로 재산을 남길 수는 있지만, 상속공제 종합한도가 줄어들어 다른 상속인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계자녀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니다
계자녀가 상속인이 되는지는 민법 제1000조의 상속인 순위표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민법은 상속인의 범위를 혈족과 배우자로 한정한다.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손자녀),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배우자는 1순위나 2순위 상속인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된다.
계자녀는 이 순위표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계자녀는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없고, '배우자의 자녀'라는 인척 관계에 놓일 뿐이다. 인척은 민법상 친족의 범위(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는 포함되지만, 상속인이 되려면 혈족이거나 배우자여야 한다는 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무에서 자주 확인하는 오해가 있다. 혼인신고를 하고 계자녀와 수년을 함께 살며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같이 오르더라도, 그것만으로 상속권이 생기지 않는다. 가족관계증명서에 계자녀가 등재되는 것은 동거 가족의 기록일 뿐, 법적 친자관계를 만드는 절차가 아니다. 상속권을 만드는 절차는 오직 입양뿐이다.
계자녀를 상속인으로 만드는 방법은 입양과 유증, 둘 뿐이다
계자녀에게 법적으로 재산을 남기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입양으로 상속인 지위 자체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언으로 상속인이 아닌 채로 재산만 지정해 넘기는 것이다.
입양 — 친양자와 일반입양
계자녀를 입양하는 방법 중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배우자의 친생자에 대한 친양자 입양이다. 원칙적으로 친양자 입양은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해야 하지만,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삼는 경우에는 혼인 기간이 1년 이상이면 된다(민법 제908조의2). 친양자 입양이 확정되면 계자녀는 법률상 완전한 친생자로 취급되고, 생부 또는 생모와의 친족관계는 종료된다. 성과 본도 양부 또는 양모 쪽으로 바꿀 수 있다.
일반입양(보통양자)도 가능하다. 일반입양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한 채 양부모와도 친자관계를 추가로 맺는 방식이다. 계자녀 입장에서는 친생부(또는 친생모)와 양부모(계부·계모) 양쪽 모두에 대해 상속권을 갖게 된다. 성·본이 자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 친생부모 쪽 상속권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친양자 입양과 다르다.
유증 — 상속인 지위 없이 재산만 넘기기
입양 없이 계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려면 유언으로 특정 재산을 유증하는 수밖에 없다. 유증을 받은 계자녀는 '수유자'가 될 뿐 상속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이 아니므로 유류분을 주장할 권리도 없고,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면 오히려 반환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 구분 | 입양(친양자·일반입양) | 유증(유언) |
|---|---|---|
| 상속인 지위 | 취득 — 친자녀와 동일 순위 | 취득하지 않음 — 지정 재산만 수유 |
| 유류분 권리 | 있음(법정상속분의 1/2) | 없음 |
| 필요 절차 | 가정법원 심판(친양자) 또는 입양신고(일반입양) | 법정 요건을 갖춘 유언장(자필증서·공정증서 등) |
| 다른 상속인에 미치는 영향 | 상속인 수 증가로 상속분 자체가 나뉨 | 상속공제 종합한도 축소 |
| 철회 가능성 | 사실상 어려움(파양 절차 필요) | 언제든 유언 변경·철회 가능 |
유증으로 남기면 세금은 이렇게 달라진다
계자녀에게 유증하면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한다. 하나는 계자녀 본인이 내는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나머지 상속인이 떠안는 세금이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정리한다. "계자녀는 손자녀처럼 세대를 건너뛴 상속이니 30% 할증이 붙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니다. 세대생략 할증과세(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7조)는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 즉 손자녀처럼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에게 적용된다. 계자녀는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없는 인척이므로 애초에 직계비속에 해당하지 않는다. 계자녀가 유증받은 재산에는 30%(또는 40%) 할증이 붙지 않고, 다른 수유자와 같은 일반 세율(10~50%)이 그대로 적용된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유증한 재산은 상속공제 종합한도 계산에서 빠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배우자공제·일괄공제 같은 상속공제를 아무리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도, 공제 총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상속인 아닌 자에게 유증한 재산가액을 뺀 금액을 넘을 수 없다. 계자녀에게 유증하는 금액이 클수록 공제 한도가 줄고,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던 상속인들도 세금을 내게 될 수 있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상속재산이 10억원이고, 그중 3억원을 계자녀에게 유증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나머지 7억원은 배우자와 친자녀가 법정상속분대로 나눠 받는다.
- 상속세 과세가액: 10억원
- 상속공제 종합한도: 10억원 - 3억원(계자녀 유증분) = 7억원
-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를 합쳐 1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도, 한도가 7억원이므로 실제로는 7억원만 공제된다
- 과세표준: 10억원 - 7억원 = 3억원
- 산출세액: 3억원 × 20% - 누진공제 1,000만원 = 5,000만원
계자녀에게 유증하지 않았다면 공제 한도가 그대로 10억원이 되어 과세표준이 0원, 상속세도 0원이었을 상황이다. 계자녀에게 3억원을 남긴 선택 하나로 상속인 전체가 부담할 세금이 0원에서 5,000만원으로 뛴다.
이 5,000만원은 상속받은 비율대로 나눠 낸다. 계자녀는 자신이 받은 3억원(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약 1,500만원을, 배우자와 친자녀는 나머지 70%인 약 3,500만원을 낸다. 계자녀는 상속인이 아니지만 자신이 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 상속세 전체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조의2). 상속인이 아니라고 세금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과세표준 | 세율 | 누진공제 |
|---|---|---|
| 1억원 이하 | 10% | - |
|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 20% | 1,000만원 |
|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 30% | 6,000만원 |
|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 40% | 1억 6,000만원 |
| 30억원 초과 | 50% | 4억 6,000만원 |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다(상속인 전원이 해외 거주자인 경우 9개월). 계자녀가 유증받은 몫이 있다면 계자녀도 이 신고·납부 의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계자녀에게 유증할수록 친자녀와의 유류분 분쟁 가능성도 커진다
유증이 지나치면 계자녀가 아니라 친자녀 쪽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유류분 때문이다. 유류분은 상속인에게 법으로 보장된 최소 상속분이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은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계자녀는 애초에 상속인이 아니므로 유류분 권리자가 될 수 없다 — 반대로 계자녀에게 유증한 재산이 친자녀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면, 친자녀가 계자녀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2026년 2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유류분 제도도 여러 곳이 바뀌었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형제자매의 유류분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입법이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완전히 폐지됐고, 유류분 반환은 원물(부동산 지분 등)이 아니라 금전으로 돌려주는 것이 원칙으로 바뀌었다. 피상속인을 장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몫으로 받은 증여·유증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빼주는 기여분 조항도 새로 들어왔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학대하거나 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자체를 상실시킬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상담에서 자주 보는 사례를 하나 들면 이렇다. 재혼 후 20년 가까이 함께 산 계자녀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부동산 대부분을 유증했는데, 정작 유년기 이후 왕래가 뜸했던 친자녀가 뒤늦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다. 함께 산 시간과 법적 상속분은 별개라는 점, 유증 비율을 정할 때 친자녀 몫의 절반(유류분)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설계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실무에서는 늘 확인한다.
계자녀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면, 입양으로 상속인을 만들지 유증으로 지정 재산만 넘길지부터 먼저 정해야 한다.
두 방법은 상속권의 크기도, 세금 구조도, 유류분 분쟁 가능성도 전혀 다르다. 계자녀와의 관계를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지, 친자녀의 유류분을 어느 선까지 지킬지를 함께 따져야 뒤탈이 없다.